동력잃은 의대 증원…의료정책 수정 불가피

야권 총선 압승…정부 의료개혁 동력 상실

입력 : 2024-04-11 오후 4:14:32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이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의료계와 강경 일색으로 대치하던 윤 대통령과 정부의 의료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정부의 소통없는 행보에 대한 표심의 대답이 명확하게 나타난 만큼 더이상 현재의 '강 대 강' 구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의협 비대위, 12일 입장문 발표 예정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는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비대위는 이르면 12일, 총선 이후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성명서에는 의협 비대위가 초지일관 주장한 '2000명 증원 철회'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지난 10일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SNS에 “예상했던 대로 국힘은 대패했다. 2월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필정패(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발표한 그 순간 나왔던 예상이다”라며 “이재명의 야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자유의 가치를 외면한 윤석열·한동훈의 보수여당이 스스로 진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주수호 전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도 비슷한 시간에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 및 가족들을 분노케 한 결과가 이번 총선 국민의힘 참패와 윤석열정부의 식물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이날 새벽 SNS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는 짧은 글로 심경을 나타냈습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당선인이 지난 4일 김종생 대한기독교협의회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의협, 신중모드…정부도 고집피울 처지 못돼
 
의협은 총선 이후 당장 행동을 취하기보다 내부 조직을 추스르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 단체들과의 합동 브리핑은 내부 소통에 이견을 보이면서 취소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대위와 인수위 간의 불화설까지 제기되자 일단은 숨죽이고 향후 방향을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정부도 '2000명 증원'을 고집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의사 증원에 찬성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지만, 의료계와 제대로 된 대화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통' 이미지만 각인시켰습니다. 여당의 총선 패배까지 이어진 마당에 고집을 피울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11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심 읽는다면, 절충방안 찾아야"
 
전문가들은 총선 결과를 감안해 의료개혁 정책이 기존보다 한 발짝 후퇴하는 선에서 양 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냐 예견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정책 운영방향이나 기존의 행보를 볼 때 전면 재검토는 다소 갑작스러운 만큼 실행시기나 증원 숫자를 두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분석입니다.
 
자칫 양 측이 기존의 강압적인 태도만을 고집할 경우 힘 겨루기만 계속돼 국민들만 피해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표심은 윤석열정부에 밀어붙이기 식의 일방통행 통치 스타일을 바꾸라고 한 것”이라며 “의료계도, 윤 대통령도 표심을 제대로 읽는다면 절충방안을 찾아 사태를 종결지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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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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