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기대했더니 정체성 혼란…국힘 '부글부글'

수습 첫발부터 방향성 '상실'…윤 대통령 지지율, 취임 후 최저치

입력 : 2024-04-18 오후 5:59:5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4·10 총선이 국민의힘의 참패로 마무리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수습은커녕 혼란만 가중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대통령실이 인적쇄신을 통해 수습의 첫발을 떼려 했지만, 야당 3인방(박영선·양정철·김종민)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체성 혼란만 부추겼습니다. 당 안팎에서 "총선 패배의 수습 방향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폭락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당선자총회에서 배준영, 김예지 당선인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권 3인방 기용, 잃을 게 더 많은 인사"
 
국민의힘은 이르면 6월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총선 참패 뒤 당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선거 참패 원인이 대통령실에 있다는 당내 원로들의 쓴소리에도, 대통령실이 조속한 수습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출신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정무 특임장관으로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 원인인데요.
 
인물난을 겪고 있는 대통령실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야당 인사들까지 인물군을 넓힌 건데, 여당은 보수 지지층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총선에 참패했더라도 정권의 핵심 자리인 총리와 비서실장 자리를 야권 인사에게 내주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4선 중진의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들이(야당 3인방) 걸어온 길을 보면, 우리와 부합하는 게 없지 않냐"면서 "그래서 내부에서 많은 지적이 있는 건데, 만약 임명한다고 하더라도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상훈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내쳤다"며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중용한다 해서 대야 관계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강대식 의원은 "대통령실이 부인한 것을 섣불리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야당과 협치 문제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지다 보니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습니다.
 
배준영 의원은 인선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했습니다. 배 의원은 "(총리와 비서실장을) 유임하지 않겠다는 게 정해졌다면 빠르게 (인사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며 "인사가 용산 몫이긴 하지만 경제를 잘 챙기고,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당 중진들의 공개 반발도 이어졌습니다. 앞서 권성동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당원과 지지자분들께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당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해프닝'으로 규정하면서도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권영세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부 인적 쇄신이 제한 없이 폭넓게 검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면서도 "야당 인사들을 기용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야당 인사 검토가 자칫 보수 지지층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선 참패 후…'윤 대통령 지지율' 잇따라 20%대
 
당 일각에서는 야당 3인방 인사를 검토한 윤 대통령이 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자칫 당정 사이 파열음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실발 수습이 늦어지고, 당의 혼란이 가중하는 사이 정부·여당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NBS(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총선 직후인 15~17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18일 공표·전화면접)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긍정은 27%, 부정은 64%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같은 조사기관의 2주 전 조사보다 긍정 평가가 11%포인트 하락하고, 부정 평가가 9%포인트 상승한 결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 지지율입니다.
 
 
보수층의 외면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보수층 지지율은 직전 조사 70%에서 13%포인트 하락한 57%로 나타났습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2%, 민주당은 32%로 조사됐는데, 국민의힘은 7%포인트 하락하고 민주당은 3%포인트가 상승했습니다.
 
앞서 지난 16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128차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습니다. 해당 조사(13~14일·무선 ARS·이상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6.3%로 조사됐는데, 직전 조사보다 10.8%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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