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상임위 독식까지…전선은 '법사위'

민주, 법사위 확보해야 핵심법안 힘 실려
21대 국회서 상임위 '싹쓸이' 후 선거 참패

입력 : 2024-04-18 오후 6:19:36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상임위원회 독식론'을 앞세워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 전 마지막 '게이트 키핑'(법안의 취사선택)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를 '독주'로 막겠다는 민주당의 논리가 22대 국회를 개원 초반부터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2021년 재보궐 선거 패배 후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를 발표하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힘에는 힘"…'상왕 상임위' 법사위가 도대체 뭐길래
 
'상임위 독식론'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것은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기 싸움입니다. 앞서 21대 국회 때 민주당은 개원 초반 의석수를 앞세워 국회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는데요. 당시에도 문제는 법사위였습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국회의장직을 차지한 민주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요구하자, 민주당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결렬하고 약 14개월간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습니다.
 
통상 새 국회가 열리면 원내 제1당이 전·후반기 국회의장을 가져가고, 야당과 여당이 각각 법제사법위원장과 국회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습니다. 당시 모든 상임위를 독차지한 민주당에서 '야당과의 협치'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를 선택해 준 국민의 뜻"이라면서 과반 의석이라는 '힘의 논리'에 기대 국회를 끌고 간 겁니다.
 
하지만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선출하는 4·7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후 원 구성 협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때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이 가져갔습니다. 민주당으로선 입법 독주 이미지를 희석화 시키기 위한 차원이었습니다.
 
민주당이 법사위 확보를 벼르는 이유는 21대 국회 후반기 때 벌어진 일련의 상황 때문입니다. 각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려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요. 헌법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지 심사하는 절차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법사위는 모든 상임위 법안의 최종 관문으로 통하며 '상왕 상임위'로도 불립니다. 
 
21대 국회 후반기 때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준 민주당은 간호법,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 핵심 법안이 줄줄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에는 특검법(특별검사법)이 많은데요. 특검법은 법사위원장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의 방법이 아니면 본회의 상정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면 특검법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전망입니다.
 
국민 요구는 '협치'인데…이번에도 '반쪽 개원' 불가피
 
최근 민주당은 주요 입법 과제 처리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가져오는 동시에, 운영위원장까지 요구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민주당이 운영위원장까지 차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건 법사위 탈환을 위한 '정치적 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독주를 막아야 하는 지금과,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4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대통령을 향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라'며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은 여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법사위원장을 놓고 여야 원 구성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지각 국회·반쪽 개원'이 재현도 우려됩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원 구성 법정 시한을 1주일 넘기도록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의 강경한 목소리에 당내에서도 "지난 21대 국회 때처럼 '독선 프레임'에 빠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지난 16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12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4월13~14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5.6%는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은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제1당으로서 정부·여당과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38.2%는 "보다 강경하게 대여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6.2%였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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