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22대 국회 앞두고 '중처법 유예' 목소리 높인다

올초 적용된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영세 소규모 기업 타격 커져
업계 "실효성 높이려면 유예·보완 입법 시급"…경제단체 중처법 유예 한목소리

입력 : 2024-04-29 오후 1:21:4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산업계가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중처법) 유예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올초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 중처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중처법 시행으로 기업에 발생하는 사법적·물리적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산업계는 현행 중처법이 업종과 기업규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제정된 탓에 중소·영세기업에 무리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으로 대기업보다 안전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이 입을 타격이 더 크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중처법 유예가 어렵다면 법령 정비와 지원책 마련 등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행 중처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있습니다. 최대 7년 이하의 징역과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까지 적용되면 이중 처벌을 받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경제단체는 한목소리로 중처법의 유예와 보완 입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날 발표한 '기업이 바라는 입법 방향' 조사 결과,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관련 법안 중 통과를 희망하는 법안으로 중처법 유예가 2위로 꼽혔습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2대 국회에 바라는 무역업계의 건의 사항' 설문조사에서도 '중처법 등 노동3법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7일 목포상공회의소를 시작으로 현재 부산, 대전, 세종, 전주, 인천, 원주 등 38개 지역상공회의소를 돌며 중처법 관련 전국 순회 설명회를 열고 있습니다. 상의 관계자는 "사업규모가 작을수록 대표가 처벌을 받는다면 사실상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돕기 위해 순회설명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올초 중처법과 관련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산업재해 예방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경총은 이와 관련해 '중대재해 종합대응센터'를 공식 발족했습니다. 센터는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등 법률상담과 안전관리 매뉴얼·가이드 등 안전보건 자료 제공, 중대재해 예방 교육과정 운영, 대·중소 안전보건 상생협력 활동 추진 등의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현장과의 괴리가 큰 만큼, 보완 입법을 추진해달라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중견기업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사람을 살리자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법의 취지가 기업을 옥죄는 방식으로 왜곡돼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모호한 의무 이행 기준을 정교화하고, 고의가 아닌 과실에도 중형을 부과하는 비현실성을 바로잡는 등 합리적인 보완 입법을 통해 상생의 법적 근간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치를 살려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둔 정책 보완의 시급성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일 중처법에 위헌 소지가 많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헌재는 지난 9일 해당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으며 위헌 여부를 심리 중입니다. 지난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헌재가 해당 법안의 사고 예방 의무와 처벌 규정에 대해 본안심리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22대 국회가 다음달 30일 개원하는 가운데, 21대 국회 마지막까지도 산업계의 중처법 보완 요청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산재 예방을 통한 중대재해 감축이라는 당초 법안의 취지에 맞게 현장의 안전 체계 구축 역량을 갖추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며 "과도한 처벌로 인한 부작용과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완화해 노동자와 경영자가 상생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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