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코리아' 행진…자동차·반도체 담았다

올해만 18.5조원 순매수…원달러환율 상승에도 수급 강세
자동차·반도체 등 이익 개선 업종 주목

입력 : 2024-05-08 오후 5:25:46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올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상장 주식 순매수를 지속하며 18조원 넘게 사들였습니다. 원달러환율 강세 속에서도 반도체, 자동차 등 이익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을 집중 매수했는데요.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강하고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8일 발표한 '4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 주식 총 2조626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3조6490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1조240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4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802조500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28.9% 수준입니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매 월 순매수를 지속했는데요. 지난 4월 말 기준 순매수 규모는 18조4570억원입니다. 지난 1~3월에 비해 순매수 규모는 줄었지만, 원화 약세 상황에서도 외국인 매수 자금은 꾸준히 유입됐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환율 상승 = 매도' 공식 깨져  
 
특히 원달러환율이 강세를 보인 시기에도 순매수가 이어졌습니다. 통상 원달러환율이 강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를 매도하는데요. 지난달 원달러환율이 치솟으면서 매수 강도는 낮아졌지만 외국인의 사자 흐름은 지속됐습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17주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는 5회로, '원달러환율 상승=외국인 순매도' 공식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오히려 높은 환율로 원화로 투자하는 코스피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로 환산한 코스피와 기존 코스피 간 상대 강도가 역사적 저점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달러를 원화로 환산해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증시에 투자했을 때 자본 차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환 차익으로 잠재적 수익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국인은 이익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 위주로 순매수했습니다. 주로 자동차, 상사·자본재, 기계, 반도체 업종에 수급이 이어졌는데요.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수출 회복과 함께 이익 모멘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익 추정치도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수급이 좋은 업종은 수익률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연초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업종은 자동차로, 연초 이후 순매수 강도는 277.7bp입니다. 자동차업종은 연초 이후 수익률도 9.2%였습니다. 이어 상사·자본재 업종의 순매수 강도는 241.7bp, 연초 이후 수익률은 8.1%입니다. 기계업종에도 외국인 자금이 크게 유입돼 연초 이후 19%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외국인 순매도가 강했던 미디어·교육업종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9% 하락했고, 철강(-17.1%), 소매·유통(-4.6%), 소프트웨어(-9.6%) 등 외국인 수급에 따라 수익률 차이도 컸습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수급이 쏠리며 이익 모멘텀을 보이는 업종에 집중할 시기"라며 고환율과 밸류업 모멘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 금융업종을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추천했습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하는 업종이 아닌 순매수를 지속하는 업종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외국인이 매수하는 업종의 주가는 좋은 흐름을 보이지만 수급 분석을 마치고 매수하면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데,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지 않고 매도로 전환하면서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밸류업도 수급 영향…외국인 낙관적 평가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밸류업 기대감이 커진 지난 2월부터 관련 업종 매수를 높였는데요.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7조9000억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밸류업 관련 업종 비중이 6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 보험, 유틸리티 업종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로 실적 전망이 상향되고 있습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있다면 외국인 기조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지영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특정 촉매만 만들어내는 이벤트보다 증시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라며 "금투세를 걷어내고 보면 밸류업 프로그램은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여전히 낙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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