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순두부찌개집의 폐업

입력 : 2025-03-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연휴라고 하지만 요상맞은 날씨에 움츠러 들었지만, 햇빛이 슬그머니 비치자 산책을 나섰습니다. 동네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자주 가던 순두부찌개 가게를 향해 걸었습니다.
 
‘그동안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리창 밖에 붙여진 글씨. 근 10년 정도 장사하던 가게는 굳게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칼칼한 맛이 괜찮았던 가게였는데, 폐업을 하고만 듯 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게마다 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임대’를 내건 가게도 꽤 됩니다. 하기사 주말에 외식을 해 본지도 오래된 듯 합니다. 별로 안 먹었다고 느꼈는데도 10만원은 금세 넘어가는 가격에 집에서 이리저리 주말에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장사집에는 미안하지만 요즘 물가를 보면 선뜻 지갑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식당에 가도 1만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 양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가계 사정이 이런데, 식당들은 오죽하랴 싶습니다. 가게나 가정이나 넘쳐나게 산 적은 별로 없지 싶습니다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얼어붙은 경기는 온몸으로 느낄 정도로 다가옵니다.
 
경기 침체와 계엄 등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카페 및 술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2월17일 경기도 수원시 한 폐업한 카페 매장 앞에 테이블과 의자 등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많은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씨는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으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싶습니다만, 윤씨의 말과 달리 실제 많은 일이 일어났고, 여파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빈말이 아닙니다. 한국은행의 최근 경제전망(3월3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2%에 머물 전망입니다.
 
비상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3%포인트나 낮아진 겁니다. 한은은 민간소비 부진을 결정타로 꼽았습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폭설과 한파 등 기상 요인까지 겹쳤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습니다.
 
비상계엄 다음달인 올해 1월에는 생산과 소비, 투자지표가 모두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경기 침체 신호가 두드러지는 겁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1.2(2020년 100 기준)로 지난해 12월보다 2.7% 낮아졌습니다.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14.2% 감소했고,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0.6% 하락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5%도 간당간당합니다.
 
자영업 폐업도 숨막힐 듯 가파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폐업한 자영업 점포가 개업 점포를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지난해 생활밀접업종 폐업 업체는 7만4897개로 개업 업체(6만307개)보다 1만4590개 많았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폐업이 늘면서 지난해 자영업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은 3490명, 188억2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4%, 12.2% 증가했습니다. 모두 사상 최대입니다.
 
내수 침체로 폐업이 늘고, 실업급여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겁니다.
 
서울 명동거리의 한 건물에 2월17일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머나먼 회복
 
이런데도 정치권은 탄핵에 몰두해 있고, 증여세를 비롯한 조세 문제를 이슈삼아 정쟁을 벌입니다.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는 경제를 내팽개 칠 게 뻔합니다. 그나마 추경을 한다고 하는데, 형식을 놓고 또다시 여야는 갈라집니다. 지금까지 하던 방식을 보니, 합의는 머나먼 이야기로만 들립니다.
 
주말에 활기찬 가게를 보는 건 언제쯤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이럴는지.
 
오승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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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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