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 중 머리를 딱 때리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사우나’. 전임 대통령이던 윤석열씨 집무실에 ‘사우나’가 설치됐다는 겁니다.
대통령 집무실에 ‘사우나’. 처음엔 관저에 만들었다는 사우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눈 비비고 보니, 관저가 아니라 집무실이랍니다. 일 끝나고 쉬는 집이 아니라, 일터에 사우나를 세금으로 만들어 땀을 쭉쭉 뺐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대통령의 업무가 하나둘입니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도 일에 치이는 게 다반사인데, 한낱 사소한 일이라 해도 국정은 허투루 할 수 없는 법이기에 백번 양보해 ‘사우나 정도는 할 수 있잖아’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관저에 사우나 만들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은 백번 양보해 고개가 끄덕여질 만도 한데, 집무실이라는 대통령 일터에 사우나가 있다? 이건 제 머리가 못 따라 가서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윤석열씨 취임 후 집무실은 대통령실 본관 건물 2층과 5층에 마련됐다고 합니다. 주 집무실은 5층인데, 2층 집무실은 접견 등이 있을 때 사용했다네요. 그 2층 집무실에 사우나실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사우나를 별로 즐기지 않아 웃통을 까고 흰 수건 두른 뒤 뜨거운 열기로 갇힌 나무 박스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어, 시원하다’ 하는 사우나광들의 느낌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사우나 좋아하는 사람들은 속된 표현으로 ‘환장’하고 달려드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몸이 피곤에 절어 있을 때 기분 전환 차원에서 찾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술기운’을 빼기 위해 사우나에 몸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7월30일 열린 2025 코리아빌드위크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통 영업사원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영업의 근간이 인간적 친밀감인데, 그러려면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주당이라 술을 즐기는 영업사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일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마시고, 다음 날 속이 뒤집어지는 경험이 태반일 겁니다.
속은 해장국으로 달래고, 다음 날 또 영업을 하기 위해 ‘사우나 가서 땀 빼는 중생들’은 사우나가 행복이 아니라 생존일 겁니다.
윤석열씨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했습니다. 영업 결과는 기억에 남거나 눈에 띄는 게 없으니, 신통찮은 듯합니다. ‘영업사원 1호’를 외친 까닭이 집무실에 사우나실을 설치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왕 설치한 것. 대통령실을 이전하더라도 뜯지 않았으면 합니다. 청와대 개방하듯 ‘국민 사우나’로 운영하면 어떨까요. 사우나를 가지 않으면 안될 ‘진짜 서민 영업사원’을 선발해 ‘사우나권’을 주면 대한민국의 영업력도 한층 빛날 듯합니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