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한미 정상회담과 '상산의 솔연'

입력 : 2025-08-26 오전 6:00:00
『손자병법』은 병서입니다.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병법을 담은 책입니다. 눈 뜨면 전쟁통이었던 고대 중국은 갖은 병서를 전해 내려왔습니다. 
 
중국 송나라 때 무인이라면 반드시 습득해야 할 7가지 병서를 정리했는데, 그게 '무경칠서'입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 『육도』, 『삼략』, 『울료자』, 『사마법』, 『이위공문대』를 일컫습니다. 
 
이 가운데 『손자병법』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간 글로벌 베스트셀러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부터 『손자병법』이 유행했고,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장수들이 연구하는 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손자병법』은 17세기를 전후해 유럽에 전파됩니다. 진위는 불명확하지만, 1차 대전 패배로 물러난 독일의 마지막 황제 빌헬름 2세는 네덜란드 망명 이후 『손자병법』을 접한 뒤 "20년 전 이 책을 읽었더라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8월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에서 『손자병법』이 다시 떠들썩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역할이 큽니다. 『손자병법』은 영어로 ‘더 아트 오브 워’(The Art Of War)라는 이름으로 전파됐는데, 번역하면 ‘전쟁의 기술’로 해석될 듯합니다. 
 
tvN에서 방영된 『손자병법』 강의에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책을 극찬했다고 나옵니다. 트럼프는 "시간을 투자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책"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렸습니다. 
 
감동을 여흥이 사라지지 않아서인지, 트럼프는 『협상의 기술』(The Art Of Deal)이라는 책도 내놓습니다. 미국 방문을 위한 전용기 안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를 '협상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고 말한 바로 그 책입니다. 
 
『협상의 기술』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거창한 내용은 아닐겁니다. 『손자병법』의 핵심을 협상할 때 적용한 수준일 듯합니다. 
 
『손자병법』은 기원전 6세기 춘추전국시대 오나라 장군 손무가 지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존경하는 인물이나 높여 부를 때 선씨 뒤에 ‘자’를 붙여 공경하는 게 일상입니다. 손무가 지은 병법서를 높여 『손자병법』이라고 부릅니다. 
 
『소설 손자병법』이 아닌 실제 『손자병법』을 구매해 읽어보면 단순한 문장의 나열로 ‘별것’ 없고 ‘재미없는’ 책으로 보입니다. 전체 13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계, 작전, 모공, 군형, 병세, 허실, 군쟁, 구변, 행군, 지형, 구지, 화공, 용간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읽어야 눈이 밝아진다고 할까요. 젊은 시절 『손자병법』을 읽으면 무미건조하고, 별 내용 없이 보이지만 세상 풍파를 거쳐가며 세월의 흐름을 어느 정도 탄 뒤에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내용입니다.
 
‘용병(병사를 운용하는 것)은 속임수다’ ‘다섯 가지 원칙과 일곱 가지 계산으로 비교해 피아의 상황을 정확히 탐색해야 한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 등입니다. 
 
윤석열씨의 비상계엄 내란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나옵니다. 
 
"군주가 군대의 사정을 모르고 군의 임무에 간섭하면 즉시 군사들의 의심을 살 것이다. 군대에 회의와 의혹이 있다면 즉시 이웃 제후들이 침략하는 난을 겪게 된다. 이런 것이 아군을 혼란하게 만들고 적이 승리하는 원인이 된다." 
 
군을 모르는 사람이 군대를 악용하려 했으니, 결과는 뻔했던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모르긴 하지만, 이 대통령도 『손자병법』 몇 번쯤은 읽어봤을 겁니다. 
 
『손자병법』의 '구지'(아홉 가지 지형) 편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본래 전투를 잘하는 자를 비유하면 솔연과 같다. 솔연은 상산에 사는 뱀을 일컫는다. 머리를 공격하면 즉시 꼬리가 덤비고, 꼬리를 공격하면 즉시 머리가 덤벼든다, 가운데 허리를 공격하면 즉시 머리와 꼬리로 덤빈다." 
 
상대방의 공격이 어디로 온다 해도 곧바로 받아칠 수 능력입니다. 말이 쉽지, 이렇게 되려면 손자가 병법에서 누누이 강조했던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최상책을 지키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입니다. 미국 다녀와서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로 구설에 오른 누구보다는 나은, 철저한 준비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대한민국의 목표일 겁니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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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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