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강예슬 기자]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일이 늦어지면서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틈을 타 여당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먼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총리가 복귀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지위를 흔들려는 속셈이라는 관측입니다. 일부에서는 21일까지 헌재가 윤씨 파면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야당에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사진=뉴시스)
헌재는 19일에도 선고기일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통상 선고일 이틀 전 통지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21일 선고 가능성이 희박해졌습니다. 이날 기준으로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한 지 22일이 지났습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변론 종결 뒤 2주를 전후한 금요일에 선고됐습니다. 헌재는 윤씨 사건에서 최장기간 평의를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윤씨 탄핵소추부터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법조계 중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일 법원이 이례적으로 윤씨 구속을 취소하고, 지난 14일 최초 예상됐던 선고일이 지나면서 헌재 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 최우선 심리 의지를 밝히지 않았나”라며 “선고일은 발표하지 않고 중간중간 다른 탄핵심판 사건들을 진행하는 걸 보면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어 냉각기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부 재판관이 시간을 달라며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며 “긴급조치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이동흡 재판관이 시간을 달라며 선고를 미루지 않았었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주를 넘어가면 굉장히 위험해질 것”이라며 “만약 오는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혐의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윤씨 측은 ‘이재명 때문에 계엄했다’고 온갖 정치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차일피일 선고일이 미뤄지다 다음달 18일이 되면 문형배·이미선 두 재판관이 퇴임한다”며 “그땐 탄핵심판이 불가능해져 헌재 기능이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당에선 윤씨 선고 전에 한 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해야 한다고 헌재를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외교 안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급한 불부터 끄는 방법은 먼저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을 하루빨리 기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겉으론 미국과의 통상을 말하지만 속내는 윤씨 선고일을 최대한 미루려는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한 총리 탄핵소추가 무효니, 최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을 맡은 것도 무효고, 권한 없는 자의 재판관 임명 행위도 무효라는 논리입니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이헌환 교수는 “한 총리 탄핵소추가 기각된다고 해도 최 권한대행의 자격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최 권한대행의 권한은 총리 대행이 아니라 총리 직무정지로 인한 대통령 대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탄핵심판과 총리 탄핵심판을 연결하려는 건 국가를 위한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 소추사유를 부정하려는 세력의 법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재판관들의 평의가 장기화하면 마은혁 후보자 임명이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김선택 교수는 “대통령 탄핵소추가 기각되면 독재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라며 “국회는 내각을 전부 탄핵해서라도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달 18일이 지나면 헌재가 무력화된다. 평화적인 법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이후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재판관 2명을 임명하면 완전한 기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나라가 얼마나 혼란스럽나. 경제도 외교도 엉망이다”라며 “헌재가 모든 국민이 수긍할 수 있게 결정문을 다듬고 있는 건 좋은데 너무 늦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