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 ‘급발진’ 선고…헌법정신·적법절차 위반 논란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배당부터 이례적
조희대 '속도전'에 전원합의체 대법관들까지 충돌
파기환송심도 속도…공판기일 '5월15일' 오후 2시

입력 : 2025-05-06 오후 2:38:42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이례적 속도로 판결하자 ‘대선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심리 과정에서 최소한의 ‘공정한 외관’을 갖추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헌법 정신과 적법 절차에 위배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마저 속도전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사법부를 둘러싼 혼란과 불신이 가중되는 모양새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처리하는 속도는 ‘급발진’에 가까웠습니다. 대법원은 윤석열씨가 지명한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10명의 다수의견으로 지난 1일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후보 사건 접수 34일 만이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걸로 따지면 9일 만입니다. 
 
돌이켜보면 대법원은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첫 단계인 사건 배당부터 이례적이었습니다. 이 후보 사건은 지난달 22일 대법원 2부에 배당됐다가 2시간여 만에 전원합의체로 넘겨졌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결정한 겁니다. 일반적으로 상고심에서 사건이 접수되면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논의합니다. 소부는 전원이 합의해야 선고할 수 있는데,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원합의체에 회부합니다. 대법원장(재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는 과반수가 합의하면 선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부는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2명 중 한 명인 오경미 대법관이 있는 소부였습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입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조 대법원장이 오 대법관의 반대를 우려해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 자체로 위헌·위법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경호 변호사는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소부 심판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 자체가 명백한 절차적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조직법 7조1항에서 ‘부에서 먼저 사건을 심리한다’는 규정, 헌법상 보장하는 개별 법관들의 독립된 심판권을 언급한 겁니다. 
 
심리 속도 두고 대법관들 이례적 충돌
“지연된 정의, 정의 아냐”…“신속만이 능사 아냐”
 
대법원이 충분한 심리를 거치지 않았단 점은 판결문에서도 드러납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과 반대의견을 대법관들은 심리 속도를 두고 이례적으로 충돌했습니다. 
 
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며 “(하급심의) 절차적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 없다는 인식 아래,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 주요 쟁점은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며 “달력상 날짜의 총량만이 충실한 심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짧은 기간 모든 쟁점을 망라한 다음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심리를 진행하는 집중심리주의가 우리 소송절차법에서 채택한 지혜”라고 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반대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상호 간 설득과 숙고의 시간’이 부족했다며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대법관은 설득에 관한 이솝 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언급했습니다. 두 대법관은 “설득의 승자인 해님이 갖은 무기는 온기와 시간”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요체인 설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숙고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외관상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문제이지만 결론에서도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며 “남은 의문은 이것이다. 이 사건 전원합의체 심리와 재판은 해님이 갖고 있는 무기인 온기와 시간을 적절히 투입해 숙고와 설득에 성공한 경우인가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을 배당받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도 이례적인 속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대법원 선고 다음날인 지난 2일 첫 공판기일을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지정했습니다. 직후 곧바로 이 후보 측에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보냈습니다. 또 법원 집행관들에게 인편 송달을 요청하는 촉탁서도 보냈습니다. 
 
첫 공판기일에 이 후보가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 당사자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사실심처럼 사실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을 내린 만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후보 측은 즉시 재상고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이 오는 6월3일 대선 전 이 후보에 대한 선고를 확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형사소송법상 상고 기간 7일(제374조)과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20일(제374조)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해석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조우성 '머스트노우' 대표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형사소송법상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은 법원이 아니라 상고인의 의무”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이 상고 기간 7일이 지나면 곧바로 선고할 가능성을 제기한 겁니다. 이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대법원은 상고장 제출기일과 상고이유서 제출기일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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