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 Board Skill Matrix)의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공개되는 회사마다 중구난방입니다. 금융감독원이 BSM 공개를 권장해놓고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서입니다. BSM상 특정 분야 전문가 쏠림 현상도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회사마다 다른 BSM 항목, 비교 어려워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이사회 역량 구성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지난 2023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공개하면서 BSM 공개를 권고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에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확보를 위해 BSM을 작성하고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BSM은 사내 및 사외 이사진의 업무 역량을 매트릭스 형태로 다각도에서 평가하고 공개하는 지표입니다. 투자자와 주주들이 이사회 역량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BSM 항목 기준 없이 각사별 자체적으로 만들다 보니 4대 금융지주의 BSM 항목이 저마다 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에 BSM 기준으로 금융과 경영, 경제, 법률, 회계 등 항목을 포함하도록 권고할 뿐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최근 연이은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실패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KB·신한·우리금융은 BSM에 리스크 관리 항목을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반면 하나금융은 리스크 관리 항목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신한, 우리금융은 BSM 항목으로 글로벌 분야도 별도로 구성해 총 5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KB, 하나금융은 글로벌 분야가 아예 빠져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타 금융지주에 있는 항목이 또 다른 금융지주에 없을 수도 있지만, 이는 타 항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리스크 관리 전문가라해도 재무·회계 경험이 풍부한 이사진이 타 항목을 대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국 차원에서 보다 세분화한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BSM 도입을 권장하고는 있지만 항목 구성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금융회사에 자율을 주고 있다"면서 "작년부터 BSM을 권장하고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은 의견을 들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023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공개하면서 금융지주에 BSM 공개를 권고하고 있다. 사진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내 BSM 구성 예시표 (사진= 금융감독원)
특정 분야 쏠림 현상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들의 교체가 진행됐는데, 각 금융지주의 BSM 항목 분포에서는 여전히 쏠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주총 이후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기존 7명 가운데 4명을 바꿨습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명, 하나금융은 1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했습니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가 물갈이됐지만, 분야별 담당 사외이사 분포는 고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나금융의 경우 경영 분야에 총 5명의 사외이사가 포진하고 있는데, 법률 분야는 2명, 이외 금융, 경제, 재무 등 분야에서는 사외이사가 각 1명씩 구성돼 있습니다.
KB금융은 2명의 사외이사가 새로 들어오면서 기존 사외이사의 담당 분야를 채웠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법률·규제, 디지털·IT 분야 담당 사외이사가 1명 뿐이었습니다. 신한금융도 2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된 가운데 디지털·ITC, 리스크관리 담당 사외이사는 각 1명씩에 불과했습니다. 우리금융은 경영, 금융, 글로벌 분야 사외이사가 다수 포진하고 있는 반면 법률, 소비자보호, ESG를 담당하는 사외이사가 적거나 없는 상황입니다.
금감원은 추후 금융지주의 BSM을 지켜본 후 보완할 부분에 대해서 개선을 요구한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으로 제재를 할 사안이 아니긴 하지만 검사 등을 통해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사회 구성이 적합한지 판단할 것"이라며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BSM이 아직 보완할 부분은 있다"면서도 "추후 BSM을 보강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하는 데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들의 교체가 진행됐지만 각 금융지주의 BSM 항목 분포에서는 여전히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금감원은 추후 금융지주의 BSM을 지켜본 후 보완할 부분에 대해서 개선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