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지능화한 보험사기, 일벌백계가 답

입력 : 2025-04-16 오후 2:54:33
"꼭 사고 나세요" "깁스 하러 OO병원에 왔습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다. 사람들은 미래의 우연한 사고로 경제적 손실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보험을 든다. 이런 틈을 타 의도적으로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해 사고를 꾸미는 보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험 범죄에 가담한 한 일당의 메신저를 보면 사고를 기원한다든지, 다치지도 않고 통깁스 치료를 한 뒤 보험금을 청구, 스스로 깁스를 해체하는 등의 사기 범행이 이뤄졌다. 
 
문제는 보험사기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는 1조1502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보험사기 적발액은 2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3년 201억6000만원 대비 17.6% 증가한 수치다. 2020년(155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52.3%로 대폭 늘었다. 
 
유형을 보면 주로 설계사와 병원 담당자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대형 범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의료인과 보험설계사, 브로커와 가짜 환자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단의 경우, 의사 8명이 가짜 환자 35명에게 허위 진단서를 써주고 보험금 37억원을 타냈다. 이 같은 사기 행각은 보험금을 나눠 갖자는 보험설계사의 제안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보험설계사가 가족 등에게 단기간 보험을 집중 가입시키고 사전에 말을 맞춘 5개 병원에서 37억원을 챙겼다.
 
보험사기 중엔 자동차 보험 범행이 두드러진다. 차선을 벗어나기 쉬운 좌회전 구간에서 일부러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 수법이다. 주로 소득이 불안정한 2030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SNS를 통해 '공격수 구합니다' 등의 광고 글을 올려 고의 사고 공모자를 모집하는 형태다. 그간 보험사기 4명 중 1명이 5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상황이 됐다.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신뢰 산업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유독 보험업권만이 국민적 신뢰가 낮은 분야로 지적된다. 보험금 지급 심사 결과에 대한 불만족 등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겠지만, 범죄 연루 유혹이 곳곳에 도사린다는 점 역시 보험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원인일 것이다. 
 
이미 일상에서 미용시술 보험사기 등 보험금 부당 수령이 암암리에 이뤄지거나 보험 상품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설계사가 연루된 보험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신뢰까지 훼손한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경찰의 보험 범죄 특별단속에 앞서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과 이달 중 '보험범죄 수사협의회'를 연다. 이 자리에선 자동차 고의 사고 주요 특징, 병·의원이 결부된 조직적인 보험사기 행태 등 최근 보험사기 동향 분석 결과를 공유한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시·도 경찰청별 관할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수사 지원 방안이다. 현재 서울경찰청 관할에는 안과질환 보험사기가, 부산경찰청 관할에는 한방병원 관련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이 날로 교묘해지는 보험사기 유형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하고 보험 범죄에 대해 일벌백계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임유진 금융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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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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