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라인 빠진 '내란 경찰' 기소…법조계 "간부들에 책임 물어야"

중간 지휘라인 간부들,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계엄 당시 행적 드러나
간부들 "조지호·김봉식 지시 '단순 전달'" 주장…계엄 연루 의혹 적극 부인해
법조계 "치안감은 경찰서 30여명 밖에 없는 고위직…간부들 기소·징계해야”

입력 : 2025-04-18 오후 4:17:49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내란죄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관계자는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서울청 국회경비대장 4명뿐입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의 지시를 하달한 경찰 중간 지휘라인에 있던 간부들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 신분입니다. 현재도 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란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중간 간부들은 조 청장 등의 지시를 '단순 전달'만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중간 간부들에게도 지위에 맞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 로고. (사진=뉴시스)
 
지난 16일까지 조 청장 등의 공판기일은 4차례 진행됐습니다. 3월20일, 3월31일, 4월7일, 4월16일 등입니다. 그동안 증인으로는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치안감) △오부명 전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치안감) △주진우 전 서울청 경비부장(경무관) △구민회 국군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중령) 등이 출석했습니다. 그동안 내란에 관련된 경찰들의 행적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전 육군 참모총장) 등 계엄군에 가려진 측면이 컸습니다. 하지만 4번의 공판과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주목받지 않았던 경찰의 내란 관련 행적들이 드러났습니다.
 
'경비 핵심' 중간 지휘라인의 '모르쇠'…법조계 "무책임해"
 
임정주 경비국장은 12·3 계엄 당시 국회 봉쇄와 관련한 경비 업무 총책임자였습니다. 하지만 임 국장은 지난달 31일 법정에 출석해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서울청에서 주로 지시만 내렸기 때문에 국회의 경력 배치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포고령 발령 이후에야 조 청장의 지시로 2차 봉쇄를 서울청에 전파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부명 전 차장도 지난달 31일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임 국장이 계엄과 포고령의 위헌성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오 전 차장은 “임 국장에게 ‘의원 출입 차단은 위헌이고 현장에서 문의가 들어온다. 본청에서 재검토해 지침을 달라’고 말했다”면서 “임 국장은 ‘조 청장 지시다.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임 국장은 오 전 차장으로부터 위헌성 지적과 재검토 요청 등을 들은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오 전 차장도 위헌·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목 전 대장처럼 국회 현장에서 지휘했습니다. 국회에 진입하는 인원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면서도 계엄군 진입은 허용했습니다. 그는 질서유지가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오 전 차장은 윤석열씨가 탄핵된 이후인 지난 2월 신임 경북경찰청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고범석 서울청 기동본부장(경무관)과 예하의 기동단장들(총경), 강상문 전 영등포서장(총경)도 국회 현장에서 경력을 지휘했습니다. 주 전 부장은 김 전 청장 지시에 따라 국회 기동대 배치를 계획했습니다.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중간 지휘라인에 있던 경찰 간부들의 법정 증언과 계엄 당시 행적에 대해 “임 국장과 오 전 차장 등 치안감은 경찰에서도 30여명 밖에 없는 고위직”이라며 “수만명의 경찰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면 계엄 당시 책임을 경찰청장에게만 미룰 게 아니라 본인들이 판단했어야 했다”고 고 지적했습니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등 경찰 57명을 내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군인권센터와 고발 대리인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세검정로별관 앞에서 고발인 조사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월 군인권센터는 박 직무대리 등 경찰관 57명을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했다며 내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뉴시스)
  
경찰 국가수사본부 고위 간부들이 주요인사 체포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구민회 과장은 지난 16일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시 이현일 국수본 수사기획계장(경정)에게 ‘이재명·한동훈을 잡는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이 계장의 상관인 윤승영 조정관이 조 청장 승인을 받아 주요인사를 체포할 체포조 100명의 명단을 방첩사에 보내주라고 지시한 걸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 청장 등 공소장에 따르면, 체포조 편성에는 임경우 서울청 수사부장(경무관), 김경규 서울청 수사과장(총경), 전창훈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총경) 등이 가담했습니다. 
 
반면 국수본은 체포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발했습니다. 지난해 12월26일 전창훈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종수 국수본부장 등이) 계엄 이후 방첩사로부터 위치추적 명단이나 체포자 명단을 전달받은 사실이 일체 없다”면서 체포조 운용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 계장 역시 방첩사 안내·지원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체포자 명단을 듣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체포조와 관련해 조 청장 외 유일하게 기소된 윤 전 조정관 측은 날이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윤 전 조정관 변호인은 구 과장에게 “증인 말 한마디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와있다”고 하자 구 과장은 “자신을 겁박하고 있다”며 가림막 설치를 요청했습니다. 구 과장은 “경찰에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며 “사실관계를 밝히고 싶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부당한 명령 이행하면 '형사처벌' 하는 사례 만들어야"
 
법조계에선 내란행위에 가담한 경찰 간부들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인 이창민 변호사는 “관리자들에게 단순 전달이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주관적 의사는 필요 없다. 가담 정도에 따라 행위 책임 원칙에 입각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 변호사도 “부당한 명령을 이행하면 형사처벌받는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 그래야 추후 부당한 명령에 저항할 근거가 생긴다”며 “더구나 내란죄를 수사해야 할 경찰이 내란에 앞장섰으니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판사 출신인 박판규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이 눈에 보이는 최소한의 인원만 수사해 재판에 넘긴 것”이라며 “경찰 조직이 내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가담자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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