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지난해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갈등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낸 점 등에 힘입어 향후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조선업계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뉴시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조7182억원, 영업이익은 5192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80%, 영업이익은 224.09%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화오션 매출은 3조782억원, 영업이익은 1574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4.80%, 영업이익은 197.5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중공업의 매출은 2조5695억원, 영업이익은 150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44%, 93.32% 늘어날 전망입니다.
조선업계의 실적 호조는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 전략이 적중한 데 따른 것입니다. 중국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량 수주 전략을 세웠다면,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등 기술 난도와 선가가 높은 선종을 공략하며 수익성을 높였습니다.
신조선가(선박 건조 가격) 상승세도 실적 호조 배경으로 꼽힙니다. 영국 해운·조선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는 2020년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9월 2008년 이후 최고치인 189.7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지수가 높을수록 선박 건조 가격이 비싸진다는 뜻입니다.
이후 전망도 밝습니다. 미중 갈등,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업 재건 천명, 해운 탄소세 등을 통해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 정부가 17일(현지시각) 중국 선박과 선사에 입항 수수료를 물리기로 한 가운데, 일부 선사들은 중국에 맡길 물량들을 한국 조선소에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리스 선사 캐피탈 마리타임은 HD현대와 20척 규모의 컨테이너선 발주를 협의 중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재건 의지를 표명하며 국내 조선업계와 협력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최첨단 선박’을 주문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2027년부터 시행될 해운 탄소세 역시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톤당 100~38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일부 중국 조선소들이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에서 성과를 내며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계의 호실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가 이어지면, 중국 조선사의 수주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조선사들은 단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는 R&D 투자 확대, 미국 시장 진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실적 성장세를 지속한다는 전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향후 2~3년간은 견조한 흐름이 예상된다”며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과 방산 분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실적 호조를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