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도 '책임 변식 능력' 있으면 책임져야

법원, 돌 던져 상처 낸 9세 학생에게 "피해자에게 1800만원 배상" 판결

입력 : 2025-04-21 오후 2:33:54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법원이 만 9세 학생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돌을 던져 얼굴에 상처를 냈는데, 돌을 던진 초등학생과 그 부모가 피해 학생에게 총 22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겁니다. 피해 학생은 왼쪽 눈 아래 세로 1㎝, 왼쪽 뺨에 2㎝, 코 아래 1㎝ 크기의 상처가 생겨 흉터 성형술과 레이저 시술이 필요하고 일부 흉터는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해 학생 측 소송대리인은 가해자가 만 9세에 불과해 책임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가해 학생이 이 사건 이후 학교폭력위원회에 갈 것 같다며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법원은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가해 학생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알 수 있는 정신 능력이 있었다고 본 겁니다. 법원은 피해 학생에 대해 가해 학생은 1800만원, 그 부모는 각 200만원씩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 총 2200만원의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정 안내판. (사진=뉴스토마토)
 
민법 753조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란 자신의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그 결과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지능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을 변식할 지능의 유무를 연령이나 학년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각자의 지능, 발육정도, 환경, 지위, 신분, 평소 행동 등에 의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민법 755조는 그 감독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미성년자나 심신상실자에 해당해 책임이 없는 경우 그를 감독할 법정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라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합니다. 민법은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때 본인의 고의나 과실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면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무능력자라면 피해자는 아무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므로 감독 의무자에게 배상 책임을 인정하게 된 겁니다.
 
민법 755조는 미성년자가 책임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데, 위 사건과 같이 미성년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진다면 실질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재산이 없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해자 보호가 미흡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미성년자가 책임 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감독 의무자의 감독 의무 위반과 상당 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 의무자에게 일반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미성년자의 감독 의무자의 일반 불법행위 책임도 인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해 거의 무과실 책임에 가까운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책임 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친권자로서의 감독 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과실로 인한 부모는 미성년자들과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됩니다. 공동 불법행위자는 피해자의 손해를 연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 이 채무는 부진정 연대 채무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미성년자와 부모가 각자 손해액 전부를 이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어느 한 명이라도 모든 손해를 배상하면 모든 채무자의 채무가 소멸하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민법 750조가 규정하는 일반 불법행위 책임은 좀 더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하는데, △감독 의무자의 일반적·일상적 감독 의무 위반이 불법행위를 성립시키는 과실이 될 수 있는지 △감독 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 성립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 △친권자에게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을 들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민법 750조와 755조가 그 규정 목적이 다르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해석에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에서 책임 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 의무자의 책임이 민법 750조에 따라 구성되면,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민법 755조와 차이가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를 고려한다면 대법원의 입장은 타당한 해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750조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감독 의무자의 책임이 지나치게 축소돼 피해자가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법원의 해석을 통한 법적용에는 한계가 분명하므로 감독자의 책임 조항을 개정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성년자에게 책임 능력이 있는 경우라도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 의무자가 있으면 감독 의무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사회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변화에 맞춰 생활 속 법률 관계의 근간이 되는 민법이 전반적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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