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화 vs 현지화…삼성·TSMC, 트럼프 관세 대응법

애리조나 공장 준공, 앞당긴 TSMC
삼성은 “수율 높여 신규 고객 확보”

입력 : 2025-04-21 오후 4:35:13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정책 대응에 각기 다른 전략을 보일 전망입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관세 부과를 앞세운 제조업 부활 시도에 맞춰 증설 중인 미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등 현지화에 속도를 내는 반면, 2위인 삼성전자는 기존 미 공장 구축 계획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율(정상품 비율) 안정화에 주력하는 내실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대만 신추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 본사 모습.(사진=뉴시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현재 미 애리조나주에 증설하고 있는 파운드리 2공장의 가동 시점을 6~9개월 앞당길 예정입니다. 앞서 TSMC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올해 1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미국 2공장 증설 완료 시점을 2~3분기 정도 앞당길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애초에 TSMC의 애리조나 2공장 가동 목표 시점은 오는 2027년 상반기였지만, 이번 발표로 2공장 가동 계획이 내년 하반기쯤으로 빨라진 것입니다.
 
TSMC가 미 공장 가동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대형 고객사의 현지 반도체 주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흥 기조에 발맞춰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생산을 위해 현지 공급망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엔비디아는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을 활용해 AI 컴퓨터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블랙웰’ 칩을 생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TSMC는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등 첨단공정이 사용될 미 애리조나 3, 4공장 건설 계획도 연내 착공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트럼프 관세 위협에 신속한 대처보다 기존 계획을 유지하며 신규 고객 확보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시점을 현재 계획인 2026년 말로 유지할 복안입니다. 오는 하반기에 적용하는 첨단 공정 2나노미터 기술 안정화, 수율 향상, 미국 대형 고객사 확보가 우선이란 설명입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2나노 공정 등 선단 노드(첨단 공정) 수율을 빨리 높여 수익성을 최단기간 확보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이같이 내실화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향후 나타날 수 있는 10㎚ 이상 전통(레거시) 파운드리 산업의 지각 변동을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도 보입니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 4위인 대만 ‘UMC’와 5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GF)’는 합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양사는 첨단 공정에 진출하지 않고 레거시 공정에 주력하는 업체인데, 만약 이들의 합병할 경우 파운드리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예정입니다. 양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9.3%로, 2위 삼성전자(8.1%)를 넘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위협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보다 기존 점유율을 지킬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점유율 비중이 굉장히 높아 미국 내 투자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수주 물량이 부족한 만큼 파운드리 1위 추월보다 수율을 높여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것 같다”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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