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있는 바우만 모스크바 국립공대에서 열린 우주 비행 전략 개발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1155일 만에 처음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미국의 중재로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전향적 입장을 표출한 겁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국영 TV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어떠한 평화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권의 대표들도 같은 생각이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인터뷰 직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측과 양자 간 논의나 협상을 포함해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하고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중재로 이어지고 있는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푸틴 대통령도 입장을 변화한 모양새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간 시설에 대한 드론·미사일 공습 30일 중단'을 휴전 방안으로 제안한 바 있는데요. 푸틴 대통령이 30일 휴전 방안에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겁니다. 사실상 전쟁 발발 1155일 만의 진전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는 최소한 민간인 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어떠한 대화에도 준비돼 있다"고 했습니다.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용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양국이 평화 협상에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으면 중재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겁니다.
한편, 우크라이나 고위 대표단은 오는 23일 영국 런던을 방문해 미국·영국·프랑스와 협상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