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호적인 관계가 깊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이 2023년 철수한 러시아 시장에 복귀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주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의 31조원 미국 투자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자동차시장 재진입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공장 모습. 현대차는 이 공장을 2023년 12월, 1만 루블(약 14만원)의 값에 현지 업체에 매각했다.(사진=현대차)
1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로 러-우 종전 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 트럼프 행정부가 비공식 회동을 통해 제재 완화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미-러간 밀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 완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러시아 자동차시장에 재진출하려는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재진출을 위해서는 러시아 제재 수위가 중요한데, 미국이 대러시아 제재를 완화한다면,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시장 재진출 결정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31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데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현대차는 위대한 기업”이라고 치켜세운 점 등을 볼 때, 러시아 재진출을 위한 미국 내 우호적 분위기 조성은 성공적입니다.
현대차그룹에게 러시아는 주요수출 시장이자 생산거점인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지난 2021년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러시아에서 27.5%의 점유율(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자료)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룹의 핵심 생산 거점 중 하나로 연간 20만대 생산(2021년 기준)이 가능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재매입(바이백) 권리 소멸시효가 올 12월인 점도 재진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023년 12월, 이 공장을 1만루블(약14만원)의 가격으로 현지 기업에 매각하면서 2년 안에 공장을 되살 수 있는 조항인 바이백을 내걸은 바 있습니다.
러-우 종전 협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바이백 가능성도 높아지는 형국입니다. 최소한 바이백 옵션 시효 만료 전까지 종전 협상이 체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현대차 측은 “아직은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최근 러시아 연방지식재산권국에 ‘현대’(HYUNDAI) 상표권을 재등록하는 등 채비를 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도 현대차의 러시아 재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푸틴 대통령도 한국에 대한 러브콜이 강하고, 러시아 국민들도 현대차와 기아에 기대하는 게 상당한 만큼 러시아 진출이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