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사다리 걷어찬 대출 규제…"실수요자 LTV·DSR 풀어야"

입력 : 2025-04-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기자]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청년층 등 실수요자의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대출 규제 합리화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주택 구매 수요 억제와 가계부채 관리 목적으로 강화돼 온 대출 규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를 끊어버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덧대고 덧댄 주택대출 규제
 
우리나라 대출 규제는 주택 시세 대비 대출 한도를 정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연소득 대비 이자 상환비율로 대출을 규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원리금 상환 능력을 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대출 제한 정책이 추가된 이후 역대 정부마다 규제 수준을 달리해왔지만, 대출 차주의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방향으로 강화돼왔습니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2년 도입된 LTV는 집값 대비 대출 최대 한도를 정해놓는 규제입니다. 예를 들어 LTV가 70%라면 10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7억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LTV는 부동산 경기 상황과 정부 정책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 현재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비규제 지역 70%, 규제 지역(투기·투기 과열지구) 50%의 LTV를 적용받습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라면 지역 구분 없이 80%의 LTV가 적용됩니다.
 
DTI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도입한 대출 규제입니다. DTI는 이자 상환액을 채무자 연소득으로 나눕니다. 갚을 능력을 보겠다는 뜻입니다. DTI가 60%이고 연소득이 5000만원이면 주담대 원리금과 기타 부채 이자의 합이 연간 3000만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LTV와 DTI를 동시에 적용하면서 담보 가치와 상환 능력을 모두 고려해 대출 한도를 규제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 때에는 DTI의 확장판인 DSR이 등장했습니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따집니다. DSR은 대출을 실행하는 주택의 원리금(원금+이자)과 나머지 대출의 이자만으로 계산하는 DTI에 비해 더 강화된 규제입니다. 모든 대출의 원리금으로 계산을 하기에 DTI보다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듭니다.
 
이런 DSR을 한 번 더 압박하는 것이 스트레스 DSR입니다. 대출을 받는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더 낮추는 게 스트레스 DSR의 원리입니다. 현재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중으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50%만 적용되지만, 3단계가 시행되는 7월부터는 100%(1.5%p) 적용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상환 능력 있어도 대출 막혀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대출 규제로 주택 구매 수요를 억제하고 있지만, 정작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이 절실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봉 1억원인 A차주가 30년 만기 분할상환 조건으로 변동형 주담대를 신청하면 스트레스 DSR 적용 전에는 최대 6억58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2단계에서는 6억400만원, 3단계에서는 5억56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규제 시행 전과 비교하면 대출 한도가 1억원 이상 깎이는 것입니다.
 
연소득 5000만원인 B차주가 같은 조건으로 변동형 주담대 신청 시 스트레스 DSR 시행 전에는 대출 한도가 3억2900만원, 2단계에서는 3억200만원, 3단계에서는 2억78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규제 시행 전 대비 5100만원 쪼그라드는 셈입니다. B차주가 5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때 이론적으로는 LTV 80%인 4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적용받으면 1억원 이상의 대출 부족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차주의 담보 가치보다는 소득 수준과 금융부채 규모에 따라 대출금 규모가 좌우되는 것인데요. 이렇게 자금력이 떨어지는 실수요자는 제2금융권 등 이곳저곳에서 부족한 자금을 융통해야 합니다. 부동산 경기나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LTV가 완화되더라도 DSR이라는 문턱에 걸리는데, 결국 고소득자만 대출 한도에 여유가 있고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공약 중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LTV 완화 또는 폐지입니다. 이들은 LTV를 90%까지 완화하거나 일본 등 해외처럼 완전 폐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LTV 비율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현재 적용되는 DSR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면 사실상 규제 완화 의미가 없습니다.
 
전문가들도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는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LTV와 DTI, DSR 규제를 동시다발로 쓰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정부가 담보 비율과 상환 능력을 모두 관리하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상환 능력이 되는 실수요자들까지 대출이 막히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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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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