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차 벌리는 은행들, 예금중개서비스 외면

입력 : 2025-04-21 오후 2:15:0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혁신금융 서비스' 일환으로 내놓은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가 2년이 다 되도록 구색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타 플랫폼 입점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은행들인 금리 인하기가 도래한 만큼 예금 비교·추천 서비스에 참여할 유인이 적어졌다고 해명하지만, 예대금리차 확대를 통한 이자이익 극대화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중은행, 플랫폼 입점 비협조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카카오페이(377300)와 네이버페이, 토스, 신한은행 등 4곳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금융감독원 금리 공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적금 금리를 나열해 보여주는 곳에 그칩니다.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금융사 간 예적금 금리를 조회한 다음 해당 금융사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가입할 수 있는 형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네이버페이에서는 하나은행과 IM뱅크(옛 대구은행), 지방은행의 일부 예적금 상품을 바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서비스에는 일부 저축은행만 입점해있고 카카오페이와 토스에서는 예적금 금리 비교조회만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예금중개 서비스는 지난 2023년 6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그간 시범운영돼왔습니다. 시범 초기만 해도 '머니 무브'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시작할 때에는 전년도 예적금의 5%내(은행 기준)로 한도를 정해놨지만, 그동안 한도를 채운 금융사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내달 중 '파킹통장' 같은 수시입출식 상품 중개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시장이 확대될지 주목된다고 밝혔습니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는 일부 대형은행은 제휴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은행 입장에서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는 통로를 굳이 열어줄 필요가 없는 데다 현재로선 고객 모집에 대한 위기감도 크지 않은 탓입니다. 점유율 확보가 시급한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이 비교적 의지를 보이고 제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플랫폼 기업에 중개수수료를 내거나 고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점에 미온적인 분위기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플랫폼사는 우리 은행과 거래를 하지 않는 고객의 정보를 제공해 가입할 수 있게 해주면 수수료를 요구하는 형태"라며 "고객들이 알아서 잘 알아보고 가입하러 오는 상황 속에서 수수료를 제공해가면서까지 입점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 예금비교 서비스에서는 일부 저축은행만 입점해 있다. 사진은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쳐. (사진=뉴스토마토)
 
이자이익 극대화 눈살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취지로 시행된 혁신금융 서비스가 금융사 이기주의에 밀려 좌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사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처럼 지속되면 경쟁은커녕 시장의 냉담한 반응 속에 서비스가 사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매뉴얼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사 및 핀테크사 등이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지정 받습니다. 지정 시 2년 간 금융 관련 법률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으며, 이후 1회 연장할 수 있습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회사는 지체 없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2%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예금 금리 비교가 큰 의미가 없어지면서 굳이 참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달에는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은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준금리 인하기 속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낮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은행권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수신)금리 하락폭이 3배 가량 가파른 것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2월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는 1.47%p로 집계됐습니다. 6개월 전인 작년 8월 1.03%p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0.44%p 확대됐습니다. 
 
예대금리차는 가계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수치를 말하는데, 예대금리차가 커질수록 은행의 예대마진이 극대화됩니다. 특히 한은이 기존 3%에서 2.75%로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예대금리차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대금리차가 매월 확대됨에 따라 은행들이 이자로 장사한다는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하락기를 지나면서 예금 중개 서비스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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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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