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미국 행정부 차원에서 스테이블 코인 유통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나온 가운데 중국도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활성화로 대응하면서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 실물경제 기축통화를 둘러싼 달러와 위안화 경쟁이 디지털 자산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이번 토마토Pick에서는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과 장단점, 그리고 한국에는 어떤 자산이 적합한지를 정리했습니다.
미국, '스테이블 코인' 주목
"달러 지배력 유지 목적"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스테이블 코인 관련 행정명령을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여 달러의 국제적 지배력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국가주도형 CBDC 개발은 중단하고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인데요.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대규모 편입하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 사용이 늘면 미 국채 등 달러 수요가 증가합니다. 이는 곧 달러의 유동성과 지배력 증가로 이어지죠.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면서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이 보유한 미국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양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한 미국채는 현재 1000억달러를 웃돌아 곧 한국 외환보유고의 미국채 보유량을 앞지를 전망"이라고 설명했죠. 한편 이같은 계획을 뒷받침할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이르면 오는 8월 통과될 가능성에 힘이 실렸습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가결했습니다.
중국은 CBDC 개발 집중
"달러 의존도 축소"
반면 중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전면 금지하고, CBDC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CBDC는 중앙은행의 100% 준비금을 바탕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자국 통화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실물을 유통할 필요 없이 전자 태그가 달린 채로 사람들에게 유통되기에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중국은 CBDC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한편, 달러 지배력 약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산입니다. 한편 중국 인민은행(PBOC)은 2019년부터 관련 사업을 시행하며 7.3조위안(약 1.02조달러) 규모의 거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인터넷 vs 인트라넷'?
스테이블 코인과 CBDC의 차이점은 발행 주체와 통제 방식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안전자산에 가치 연동 방식을 적용한 가상자산으로 민간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하여,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또한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결제비용이 저렴하고 송금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죠. 한편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기에 실시간 거래 정보와 이용자 데이터를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은 확장성과 유통성이 핵심인 '돈의 인터넷'이고, CBDC는 통제와 안정성을 추구하는 '돈의 인트라넷'”이라고 비유한 바 있습니다.
각 자산들의 단점 및 한계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낮아 결제 수단으로 유용하지만, 발행사의 준비 자산 관리, 담보 자산의 가치 변동성,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2년 발생한 테라코인 폭락 사태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당시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의 가치가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는 '디페깅(Depegging)' 현상이 발생하면서 관련 자산이 급락, 국내 피해자만 약 20만명, 피해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한 바 있습니다. 한편 CBDC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라는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중국에서 발행하는 CBDC는 개인의 통화 자체를 국가가 관리하는 개념인데요. 때문에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거래를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CBDC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죠. 별도의 계좌 개설이 어려운 금융 약자에게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에도 많은 국가가 CBDC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입니다
한국에 맞는 핏은 뭘까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국은행은 최근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민간 지급수단과 병행 가능한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 설계를 추진 중입니다. 한강은 한국은행이 금융위, 금감원과 함께 진행 중인 기관용 CBDC 테스트를 말합니다. 물론 금융당국은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에도 힘을 싣고 있는데요. 당국은 지난 1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법 방향을 제시했고, 4월에는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세부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죠. 업계 관계자들은 스테이블 코인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CBDC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에 집중하고 있고,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이 협력해 CBDC를 발행하더라도 지급결제 수단이나 금융 시스템에 대변환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죠. 한 금융업계 관계자도 “CBDC는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단기간 내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 한강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디지털 전환 시대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