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46년 만 시정연설…민주당 '부글부글'

"당신 올 자리 아냐"…한덕수 국회 들어서자 고성에 사퇴 촉구
국회 몫 상설특검·헌법재판관 미임명해놓고…"국회 협조 절실"

입력 : 2025-04-24 오후 5:26:19
[뉴스토마토 유지웅·김유정 기자] 대선 출마설을 피우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시정연설에 나섰습니다. '대행의 시정연설'은 1979년 당시 권한대행이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 이후 46년 만인데요. 한 대행은 전날 대정부질문엔 출석하지 않은 채, 대통령을 대신한 자리에만 나와 "국민께 든든한 힘이 돼야 한다"며 조속한 심의·의결을 요청했습니다. 
 
한덕수 대행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한 대행 뒤로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들이 한 대행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란대행 사퇴하라"…민주, 연설 땐 '침묵' 항의 
 
이날 시정연설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한 대행이 국회에 도착하자마자 '일방적 통상 협상 중단, 민생 추경 확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는데요.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한 권한대행을 향해 "여기는 당신이 올 자리가 아니다"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한 대행이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오르자마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 대행을 향해 "내란 대행 사퇴하라"고 소리친 후 퇴장했습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연설이 절반 정도 지났을 땐 민주당 의원들 3분의 1 정도가 퇴장했습니다.
 
민주당이 시정연설은 '대선 출마 선언'으로 규정하고 침묵으로 항의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는 한 대행 발언에 첫 박수를 쳤고, 연설이 끝난 후 한 차례 더 박수를 보냈습니다. 
 
"국회 협조가 절실하다"는 한 대행 연설에 대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냉소적인 모습도 보였습니다.
 
"할 일 구분하라" 우원식 직격에…일순간 아수라장 
 
시정연설은 이처럼 조용히 끝나는 듯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의 '한마디'를 계기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우 의장이 연단을 나서는 한 대행에게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떼면서, 장내는 일순간 고성과 야유로 뒤덮였습니다. 
 
우 의장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건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대정부 질문 국회 출석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어 "12·3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하다.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크게 느껴도 족한 때"라고 일침을 놨습니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론이 나오는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연단 앞으로 나와 우 의장의 발언에 삿대질하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연단 앞으로 나가 권 원내대표 항의에 대응하며 우 의장 발언에 힘을 보탰습니다.
 
자리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어서서 우 의장에게 항의했고, 민주당 측은 우 의장 발언에 박수를 보내는 등 소란 속에 시정연설은 마무리됐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당 일부 의원들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조짜리 대권 놀음, 한덕수 즉각 사퇴"
 
민주당은 한 대행 연설을 두고 "12조원짜리 대권 놀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향해 '대통령 선거 불출마'에 이어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일각에선 '탄핵'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 대행이 본인을 대선주자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뒀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보들이 있다"며 "결국엔 실패로 돌아가, 허망하고 어리석은 끝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이 정도 논란이 있으면 '선거관리에 집중하겠다' 등 이야기를 밝히는 게 맞는데, 사실상 출마 행보"라며 "'한미 2+2 통상 협의'도 자기의 대선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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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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