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지난해 신규 채용 규모는 7분기 연속 줄어들었고 비자발적 실직자 수는 증가하는 등 고용시장 위축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15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는 역대 최다인 140만명을 기록했고,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처음으로 20%를 밑돌았습니다.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28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고용시장의 주요 특징을 채용시장 한파 심화, 비자발적 실직자 증가, 초단시간 일자리 증가, 자영업 감소와 구조 변화 등으로 분석했습니다.
먼저 신규 채용으로 분류되는 근속 3개월 미만 임금 근로자 수는 2023년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줄어들었습니다. 2023년 2분기 14만9000명, 3분기 10만8000명, 4분기 7000명이 각각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도 1분기 11만4000명, 2분기 11만8000명, 3분기 8만2000명, 4분기 12만2000명 등 감소세가 이어졌습니다.
경총은 “최근 채용시장 한파는 내수 부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수익성 저하에 따라 기업의 신규 채용 수요가 둔화된 것에 기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취업 시장 한파로 졸업을 미루거나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면 취업하지 않는 경향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신규 대졸자는 19만5000명으로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는 실업자(3만6000명)보다 시험·자격증·학원 통학 등 양질의 일자리 취업을 위한 취업 준비자(4만9000명)가 더 많았습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고·권고사직·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실직자는 지난해 137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시기 급증했던 비자발적 실직자는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다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이 폐업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업종별로는 건설업(3만9000명), 도·소매업(2만5000명), 제조업(2만1000명), 숙박·음식업(1만2000명), 부동산업(9000명)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들 업종에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빠르게 늘어났는데, 건설업은 올해 1월 지급액이 전년 동월 대비 304억원이나 증가했습니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 확대, N잡 증가 등 고용 형태가 다변화하면서 주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140만6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96만6000명)보다 44만명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지난해는 2023년 대비 14만3000명의 초단시간 근로자가 늘었는데, 이 중 10만명은 기혼 여성으로 69.7%를 차지했습니다. 경총은 “초단시간 근로 수요의 상당 부분이 일·가정 양립 필요와 연관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로 196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으로 20%를 하회했습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와 40대가 각각 3만5000명, 1만2000명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은 2만3000명 늘었습니다. 경총은 “자영업자 비중 하락은 내수 침체 등 경기 불황으로 영업이익은 줄고 부채는 증가하면서 장사를 접는 사례가 늘어나기 떄문으로 추정된다”며 “경기침체로 폐업한 30~40대 자영업자들이 많아졌고, 재취업하기 힘든 고령자가 자영업에 지속적으로 유입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얼어붙은 채용, 원치 않는 퇴사 같은 불안 요인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혼 여성 중심의 초단시간 근로 활성화, 고령층의 자영업 유입 확대 등 계층별 노동 이동 방향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라며 “채용을 옥죄는 노동시장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고 고용서비스 및 직업훈련 체계를 개선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