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0일은 더 거세진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미치광이(madman·매드맨) 전략'의 연속이었습니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한 이후 3달이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14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에 중국은 대미관세 125%로 맞대응했습니다. 미국의 '선제공격'과 중국의 '맞불', 그리고 '보복'으로 이어진 악순환이 사실상 '무역 단절' 상태에 이른 겁니다. 명확한 검증과 전략 없이 속도전에 치중된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실상 '무역 단절'…"눈에는 눈, 이에는 이"
28일 외교가와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지난 100일의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은 '치킨게임'으로 정리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일 전인 지난 1월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기 행정부 출범 앞 첫 통화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두 정상의 통화는 관세 치킨게임을 앞둔 탐색전에 불과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중국에 선전포고를 날렸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전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부과하던 대중국 관세에 10% 추가(2월 4일)를 한 겁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보복 조치'에 나섰습니다. 2월 10일 중국은 미국산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등 8개 품목에 15%, 원유·농기계·대형 자동차 등 72개 품목에 10% 관세를 각각 추가했습니다.
잠시 멈추는 듯했던 미·중 관세전쟁은 3월 10일 다시 재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관세 10%에 추가로 10% 추가 관세를 부여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2차 보복 관세' 부과에 들어갔습니다. 양국의 관세전쟁이 핑퐁 게임을 예고한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추가 20%의 관세까지는 전 세계가 예상한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대중국 최대 60% 관세를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관세전쟁은 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미·중 관세전쟁은 사실상 '무역 단절'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34%를 부과하면서 중국에 추가 50%의 관세를 부과한 영향입니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총 145%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중국도 상호 관세 맞불과 보복 관세로 대미 관세를 125%까지 인상했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전략 치밀성보다 속도"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100일은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방에게 미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등 비이성적 행보로 전략적 협상 우위를 차지하는 대외 전략의 하나입니다.
취임 불과 100일 만에 전 세계를 헤집어 놓은 관세 전쟁도 미치광이 전략의 일부인데요.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비슷한 흐름이었지만, 2기 행정부에서 달라진 점은 '속도'에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에만 치중하다 보니, 관세 전쟁의 '전략'이 부재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중 관세전쟁,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정책은 전략의 치밀성보다는 속도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적신호가 제기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수년간 준비해 온 대응 기제를 활용하며 단호하게 맞서고 있는 모양새"라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이미 경험한 중국이 이번 관세전쟁에 '버티기'로 대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전략은 충격파에 해당하는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토대로 협상에 나서는 건데요. 중국이 '핀셋 보복'으로 일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5일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내부에 대중국 전략에 대한 심각한 내부 분열이 있다면서 "관세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되면서 입장이 정리되거나 우선순위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화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관세 부과라는 일관되지 않은 행보를 보인 것 '파편화된 전술'의 영향이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기한 미·중 관세전쟁은 그 끝을 알기 어렵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 시 주석과 통화에서 100일 안에 정상회담을 진행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집니다. 하지만 이미 정상회담은 물 건너갔습니다.
최근 미·중이 대화 가능성 자체를 띄우고 있기는 하지만, 두 정상의 외교 방식 선호의 차이와 협상 의제의 차이로 이른 시일 내 정상회담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