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F4' 수장들의 사표수리

입력 : 2025-05-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직무에 충실한 공직자를 외부에서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퇴임인사를 남겼습니다.
 
앞서 최 전 부총리는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같은날 밤 10시22분 사의를 표명했고, 이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최 전 부총리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했습니다.
 
최 전 장관보다 앞서 사의를 표명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는데요. 이 원장은 지난달 1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자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다음날인 2일 이 원장은 한 라디오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금융위원장께 (사표 수리를) 말씀드렸더니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께서도 연락을 주셔서 지금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운데 경거망동하면 안된다고 말리셨다"고 했습니다.
 
"직을 걸겠다"는 소신을 지키려 물러나려고 했더니 주변에서 간곡히 만류해 뜻을 접었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달 1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이 원장은 "계속 일을 하는 거면 열심히 해달라"는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의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임기가 오는 6월5일 끝나는 이 원장은 그렇게 남은 레이스를 완주하게 됐습니다.
 
김범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 직무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그런데 최 전 부총리와 이 원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더불어 금융경제당국 수장(F4)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이 한창인 데다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전 부총리 사표는 즉각 수리되고 금감원장의 사표는 왜 수리되지 않았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직이 공석인 비상 체제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고위직의 사표 수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없는 현재, 그 권한은 권한대행 체제가 일부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헌정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고위직의 거취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선 정무적 판단의 영역입니다. 경제부총리는 내각의 일원으로 대통령이 직접 임면하는 정무직인데요. 내각 개편이나 정권 교체와 맞물려 사표 수리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반면 금감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긴 하지만, 임기가 보장되는 기관장입니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임명되며, 내각과 달리 정권 교체 시 자동으로 교체되지 않습니다. 특히 금감원은 중앙행정기관이 아닌 '준공공기구'로, 독립성과 지속성이 중시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표 수리 여부가 훨씬 더 보수적으로 다뤄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 대선 국면으로 흐르면서 정국이 불안정한 가운데 경제금융당국 수장의 이탈은 금융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 대응 능력이 절실한 상황인데, 난무하는 수장들의 사표는 국민들에게 허탈감까지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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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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