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금융당국의 첫 수장이 누가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행 금융당국은 금융정책을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은 금감원이 맡고 있는 '이원화 구조'입니다. 금감원은 법적 독립성이 없어 사실상 금융위의 지휘 아래 놓여있습니다. 금감원이 1999년 외환위기 이후 통합형 감독기관으로 출범한 이래 2008년 금융위 신설과 함께 지휘권이 이관되며 지금의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금융위-금감원 체제에서는 행시 출신의 경제·금융 관료가 주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맡아왔습니다. 김대중정부에서는 총 3명의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됐는데 이들 모두 행시 출신입니다. 노무현정부 그리고 이명박정부, 박근헤정부에도 행시 출신 관료들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행시 출신 경제관료 위주의 금감원장 인사 관행이 깨진 것은 문재인정부입니다. 최초의 민간 출신 금감원장, 최초의 국회의원 출신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금감원장에 임명됐다가 중도 하차했습니다.
윤석헌 전 원장은 행시를 치르지 않은 교수 출신입니다. 문재인정부 후기에 임명된 정은보 전 원장은 행시 출신으로 다시 경제관료가 금감원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검찰 출신 이복현 원장이 금감원장에 임명됐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정부에서도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 인사 관행이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비관료 출신은 관료 출신에 비해 금융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받아왔습니다. 금융산업 논리보다는 소비자 보호에 힘을 주면서 '금융사 때리기'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다만 독립기구 성격이 강한 금감원장은 정부 색깔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인 자리 중 하나입니다. 이재명정부는 대선 공약집에서 금융위의 감독 기능과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장은 조직 개편의 세부 방향이 불분명하지만,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입니다. 이재명정부가 기획재정부를 대표로 하는 경제금융 관료를 손보겠다고 천명한 만큼, 관료 출신을 금감원장 자리에 내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당연할 수 있지만 '힘 있는 사람'이 임명되기를 바라는 분위기 입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실세 금감원장을 바로 내려보낸다면 금감원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두고 친정부의 사람이 와야 감독체계 개편에 힘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차기 금감원장에는 김은경 전 금융소비자처장(부원장), 원승연 전 자본시장담당 부원장 등 금감원 전 임원들이 거론됩니다. 김 전 부원장은 한국외대 교수 출신으로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첫 여성 금감원 부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습니다. 퇴임 이후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의 민주당 대표 재임 시절 2023년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특히 현재 금융위·금감원 체제 혁신을 주장하며, 금감원과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감독 기능을 분담할 것을 주장한 바 있는데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대선 공약에 부합한 인물로 꼽힙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서 금융위의 감독 기능과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서울청사 내부의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원 전 부원장 역시 명지대학교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정부 초기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에 이름을 올린 경력직입니다. 2021년 금감원장 선임 당시 하마평에 오른 바 있으며, 최근에도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 자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외에 김병욱 전 의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습니다.
야권 성향의 인사 중에는 김병욱 전 의원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지지 선언을 한 전·현직 금융권 임원들을 모으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초대 금융위원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입니다. 부산 출신인 도 전 부위원장(행시 34회)은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입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으며, 이재명 캠프에서 정책자문을 맡았습니다.
도 전 부위원장이 '금정(금융정책)라인' 출신이라는 점도 입각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금정라인이란 금융위 내 있는 금융정책국 출신을 의미합니다. 역대 정부의 금융위원장 대부분이 금정라인 출신입니다. 도 전 부위원장은 금융위 금정과장과 금정국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장보다 차관급인 금감원장이 먼저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융위원장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닙니다. 전임 정부의 마지막 금융위원장인 김병환 위원장이 차기 금감원장을 제청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