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공시톺아보기)자본잠식 아닌데…메디콕스, 왜 '무상감자' 강수 뒀나

1000억원 육박하는 결손금 보전 선제적 조치
지속된 영업적자로 자력 해소 요원 평가

입력 : 2025-06-05 오후 5:55:37
이 기사는 2025년 06월 5일 17: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메디콕스(054180)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 카드를 꺼냈다. 아직 자본잠식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결손금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는 수년째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감자 단행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선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과제로 남는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디콕스는 주당 액면가액 500원인 보통주 15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93.33%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회사는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무상감자의 이유로 꼽았다. 이번 감자가 완료되면 회사의 발행주식수는 약 829만주에서 55만주로 줄어들게 된다. 자본금은 414억원에서 28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다.
 
이처럼 무상감자를 실시하게 되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감자 비율만큼 줄어들게 된다. 자본금이 감소하는 만큼 발생하는 감자차익은 재무제표상 자본잉여금 항목에 포함되며, 이 자본잉여금을 통해 결손금을 보전한다는 것이다. 이때 자본금이 감소하는 대신 같은 금액의 감자차익이라는 자본잉여금이 생기기 때문에 무상감자 전후로 자본총계의 변화는 없다. 이에 통상적으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단행한다.
 
그런데 메디콕스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가 562억원으로 자본금 414억원보다 높아 무리한 무상감자를 단행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무상감자는 주식수만 감소할 뿐 주주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악재로 인식되기도 하며, 실제로 회사의 주가는 무상감자 소식이 전해진 후 전일 대비 18% 가량 하락한 175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감자를 택한 건 자력으로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결손금 해소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본잠식 발생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최근 5년간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결손금은 989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와중에 자본금과 자본총계의 간극은 1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다만 감자 이후에도 결손금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무상감자로 인해 발생하는 감자차익은 387억원 규모다. 이를 1분기 말 기준 결손금에서 단순계산했을 때 잔액은 602억원으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의 결손금이 남게 된다. 이에 영업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실적 개선이 당면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회사는 오는 19일 오전 9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결손금 보전 목적의 자본 감소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결손금 보전을 위한 감자는 주주보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며, 보통결의로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4분의 1 참석에 과반만 넘으면 가결된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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