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피했다…이재명정부, 철강관세 활로 주목

영, 미와 협상으로 25% 관세 유지
한, 컨트롤타워 부재로 대응 못 해
이달 중순 한미 정상 회담 가능성
“전략 자산 협상서 적극 활용해야”

입력 : 2025-06-05 오후 3:31:57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협상을 통해 활로를 뚫어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영국은 지난달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기존 25%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어, 새 정부가 어떤 외교적 해법으로 이 난국을 돌파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을 위해 반도체 등 전략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미국과 통상협상에 나서야 하는 새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조치는 이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당일인 4일 오후 1시1분부터 발효됐습니다.
 
관세율 인상으로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역대급’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중국발 저가 공세, 국내 건설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인 미국까지 사실상 막히게 된 셈입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가격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이 모두 무너져, 대미 수출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물량 기준으로는 유럽 수출이 가장 많지만, 단가 측면에서는 미국이 훨씬 유리한 시장이기 때문에, 실적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부과한 나라별 관세율이 다르다는 점에서, 내란사태 이후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상황이 지금의 사태를 낳은 가장 큰 원으로 지목됩니다. 앞서 영국은 지난달 8일 미국과 ‘경제번영협정(EPD)’을 체결하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국은 미국산 에탄올과 소고기 등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철강·알루미늄 수출 시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있는 예외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12.3 계엄사태’ 이후 6개월간 미국의 관세 인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한미 재무·통상 2+2 협의’에서 다음달 8일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줄라이(July)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장관급 면담과 두 차례 기술 협의를 마친 산업통상자원부는, 3차 기술 협의를 사실상 현 정부로 떠넘긴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외교력과 통상 협상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추진하고, 이르면 이달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첫 양자 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협상 결과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업계가 방향성을 잃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새로 출범한 정부가 이번에는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미국과 긴밀한 외교 채널을 유지하고, 전략적 협상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도 반도체·배터리 등 미국과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양자 협상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실질적인 외교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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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