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제약, '상장 위한 상장'…목적은 이미지 제고뿐

스팩합병 코스닥 우회상장 추진…합병 목적 '신용도 개선'
PHN 치료제 임상 2상 종료…자금 조달 필요성 크지 않아

입력 : 2025-06-12 오후 2:06:36
삼익제약 중앙연구소. (사진= 삼익제약 홈페이지 캡처)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삼익제약이 스팩합병을 통한 코스닥 진입을 노립니다. 이미 상장을 마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와 합병하는 만큼 코스닥 입성 가능성은 높게 점쳐집니다. 상장 목적에는 의문부호가 달립니다. 자금 조달이 급하지 않고, 큰 비용이 들어갈 신약 개발 계획도 현재로선 없기 때문입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익제약은 지난달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1973년 설립된 삼익제약은 한방 어린이 영양제 '키디'를 출시하고 2000년대부터 처방의약품으로도 눈을 돌려 사세를 키웠습니다. 
 
삼익제약의 상장 방식은 스팩과 합병하는 우회상장입니다. 기존 상장사인 스팩과 합병해 상장하는 방식이죠. 
 
합병을 통해 삼익제약의 코스닥 입성을 도울 스팩은 하나28호스팩입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삼익제약, 소멸법인은 하나28호스팩입니다. 합병비율은 1대 0.2809383,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10월21일입니다. 
 
삼익제약의 상장 목적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당장 자금을 조달해야 할 만큼 여력이 부족하지 않은 탓입니다. 
 
삼익제약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유동비율은 327%로 안정적입니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88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최근 3년간 이익잉여금은 451억원, 479억원, 51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수요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삼익제약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신약 개발 현황을 보면 연구 중인 물질은 3개로 모두 제제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 치료제 후보물질 'SIKD1977'을 포함하면 삼익제약이 연구 중인 물질은 4개로 확인됩니다. 
 
SIKD1977은 삼익제약이 상장한 뒤 주된 자금 사용처로 지목된 약물입니다. 삼익제약은 지난 11일까지 SIKD1977 임상 2상이 중이라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게재된 정보와는 다릅니다. 의약품안전나라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보면 SIKD1977 임상 2상은 종료됐습니다. 삼익제약은 <뉴스토마토> 질의 이후 홈페이지에 SIKD1977 관련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삼익제약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피험자 모집이 어려워 임상 2상을 종료했다"며 "임상 디자인을 바꿔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물질의 임상이 재개되더라도 표준치료제와 병용하는 시험이고, 피험자 규모도 작아 비용은 적게 들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삼익제약은 장단기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을 결정한 셈이죠. 
 
삼익제약의 상장 배경은 하나28호스팩 공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28호스팩은 지난달 13일 합병을 알리는 주요사항 보고서를 내고 합병 목적으로 '대외 신용도 개선을 통한 회사 이미지 제고 및 신뢰성 확보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꼽았습니다. '상장을 통한 직접 자금 증대로 재무구조 개선 및 생선시설 확장 재원 확보'를 포함한 다른 목적을 봐도 단기 자금 수요 해소나 연구개발 비용 증액과는 거리가 멉니다. 
 
삼익제약 관계자는 "상장 이후 자금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SIKD1977 개발에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동지훈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