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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12일 10:2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CJ ENM(035760)과 티빙이 웨이브의 이사 8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과 감사 1인을 자사 임직원으로 지명하는 방안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티빙과 콘텐츠웨이브 간 합병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막대한 콘텐츠 제작비용을 부담해 온 웨이브는 영업손실을 겪어왔지만,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콘텐츠 투자 여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 모두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우려도 제기된다.
티빙과 웨이브 로고 (사진=각 사)
적자에 적자를 더한 기업결합…KT 설득 가능성은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시템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영업손실 2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비용을 4143억원에서 3590억원으로 약 13.34% 절감하며 손실 축소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액도 전년(3339억원) 대비 소폭 감소한 3313억원을 기록하면서 외형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여기에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1512억원을 기록하면서 당기순손실은 14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191억원) 대비 25.79%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손실의 발생으로 결손금은 6305억원이 누적됐다.
앞서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결손금 24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자본총계가 268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980억원으로 자본잠식이 심화됐다.
이 가운데 CJENM이 콘텐츠웨이브를 인수하게 되면서 콘텐츠웨이브는 든든한 협력자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CJ ENM과 티빙은 웨이브의 이사 8인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인, 감사 1인을 자신의 임직원으로 지명하는 내용의 합의서 내용을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한 상태다. 이번 승인 건외에도 티빙과 웨이브 합병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사 주주 전원 협의와 동의가 필요해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기업이 모두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합병 이후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넷플릭스의 독주와 쿠팡 플레이의 약진 등 경쟁 상황 속에서 티빙과 웨이브는 적자를 기록해왔다. 지난해 말에도 티빙의 매출액은 43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3264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매출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결손금이 4200억원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합병은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1개 회사가 소멸하면서 권리의무를 모두 포괄적으로 이전하게 되는데, 이 경우 티빙이 콘텐츠웨이브의 재무부담을 끌어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티빙과 웨이브는 과열된 시장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합병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각자 진행해 오던 중복 투자를 걷어내고 콘텐츠 투자 효율성을 확대하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주주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유하고 있던 만큼 주주협의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웨이브가 지상파 콘텐츠 부문에서 독점력이 약해지면서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 방향이 티빙의 주주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용자수 증가·수익성 개선 '두마리 토끼' 잡을까
양사는 각 사의 서비스를 결합한 번들 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이번 기업결합 승인으로 인해 2027년 이전(2026년 12월31일)까지 티빙과 웨이브를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할 경우 현행 요금제와 가격대, 서비스 내용이 유사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티빙과 웨이브는 번들상품 출시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현재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서비스가 월 5500원로 책정되어 있어, 이 보다는 높게 요금제가 책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양사 요금제 가운데 가장 높은 요금제는 티빙 프리미엄 요금제로 월 구독료는 1만7000원 정도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현재 공정위에서는 이용자 수 기준 티빙의 점유율은 21.1%, 웨이브를 12.4%로 평가하고 있다. 단순 합산 시 33.5%로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33.9%)와 맞먹는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 중복가입률(오버랩)이 30%가 반영되면 합병 이후 차이는 단순 합산한 것보다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기준 OTT월간 사용자수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티빙(716만명) 중복가입자수는 214.8만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를 웨이브 월간 사용자수 413만명에서 제외 시 추가 확보가 가능한 이용자수는 198.2만명으로 추정된다. 단순 합산하면 월간이용자수는 611.2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쿠팡플레이(715만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하지만 넷플릭스(1451만명) 대비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용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티빙(26.8%)과 웨이브(19.9%)가 넷플릭스(39.0%) 보다도 점유율이 높았다. 향후 티빙은 국내와 해외에 각각 700만~800만명 가입자를 2년 내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CJ ENM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양사의 경영 노하우와 역량을 결집해 이용자들에게 더 다양한 콘텐츠와 향상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K-OTT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K-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