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속, 'G7' 데뷔…한·미회담 주목

각국 정상과 양자회담 예고…트럼프 압박 수위 가늠자
글로벌 경제·안보 불확실성 고조…대외 충격 완화 '숙제'

입력 : 2025-06-15 오후 3:39:12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합니다.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이 계기인데요. 당초 관세 문제에 대한 대응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따른 중동의 확전 위기가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주요 외교 변수의 키를 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주목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상 외교 복원 첫발…"실용외교 본격 추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6월 16일부터 1박 3일간 첫 해외 방문길에 오른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에서 취임 12일 만에 순방에 나서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12·3 비상계엄에서 당선까지 약 6개월 동안 정상 외교가 장기간 작동하지 않은 만큼 조속히 외교를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정으로 풀이됩니다. 
 
위 실장은 "이번 일정은 6개월간 멈춰있던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출발점"이라며 "계엄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첫 무대이자,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본격 추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G7 정상회의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내 분쟁, 기후 변화와 인공지능(AI) 등이 다뤄질 전망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을 놓고 각국 정상의 외교전이 불가피한데요. 이 대통령도 각국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해당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주목되는데요. 위 실장은 "다자회의의 유동적 특성상 세부 조율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 "정상적인 회동을 한다면 그러한 실무적인 협상을 추동하는 동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통상과 관련한 한·미 양국의 초석을 놓고,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우리의 전략에 대한 압박 수위를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G7 재무장관들은 중국을 겨냥한 무역 불균형 및 비시장 정책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외교 장관들도 중국군의 대만 인근 군사훈련과 관련해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미국과 함께 G7의 대중국 견제 정책 동참 압박이 거세질 전망인데요.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과 관련해서는 일시적 휴전을 했다지만 우리로서는 '줄타기'를 하는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짧은 기간의 순방으로 인해 약식 회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신 G7 정상회의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 한·미 단독 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3개의 전쟁(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이스라엘·이란)이 터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기민하게 움직여 국익을 관철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당장에 돌파구를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다자외교 무대에서 분위기를 직접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산적한 외교 일정…외교 역량 시험대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후 순차적인 외교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오는 22일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에 따라 이재명정부의 한·일 관계 방향성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달 24~26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유력합니다. 다만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중국·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일각의 반대 목소리도 있는데요. 이 대통령은 '실용외교'를 방점에 찍고,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에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는 이 대통령의 본격적인 외교 역량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참석이 유력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게 되면 미·중 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당분간 관세 타격에 대한 해소와 이스라엘·이란의 확전에 따른 글로벌 경제·안보 불확실성에 대한 대외충격 완화 등 실용 위주의 외교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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