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및 군 수뇌부 폭격과 이란의 보복이 오가면서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군 시설에 대한 표적 공습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민간인의 피해가 확인되면서 중동의 화약과가 재점화하는 양상인데요. 미국도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군사자산을 동원하고 있어 사실상 이란의 핵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궤도를 이탈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이 발사체의 타격을 받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란은 13일 밤과 14일 새벽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공격했다. (사진=뉴시스)
양측 모두 "공격 지속"…장기전 돌입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13일 오후와 14일 오전에 걸쳐 이스라엘 중부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북부와 남동부 전역에 탄도미사일 공습을 가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폭격한 뒤 양국의 충돌이 이틀째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이란은 미사일 100여기 등을 발사했고, 14일 새벽에도 수 차례에 걸쳐 보복에 나섰습니다.
이란군은 "이스라엘 군 시설과 공군기지를 표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인명 피해는 주로 민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미 텔아비브 지역에서만 34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텔아비브 남쪽 도시에서는 20명 이상이 추가로 부상당하면서 사망자는 2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군 시설에 대한 표적 공습을 강조하며 다시 추가 공습에 나서면서 보복전 양상을 격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지 시간이 새벽으로 접어들면서 현재는 양국의 공습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공습 직후 "작전은 이스라엘 생존에 대한 이란 위협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만큼 며칠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이란측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응징을 예고하며 2주라는 시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란은 13일 밤과 14일 새벽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공격했다. (사진=뉴시스)
6차 핵협상 '불투명'…대화 단절 가능성
이란의 대규모 보복 공습으로 이스라엘 일부의 방공망이 뚫리면서 미국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미국은 이미 이란발 탄도미사일 요격을 지원했고, 지상과 해상 전력까지 동원했습니다. 또 해군 주요 구축함을 전방으로 이동시키고 공군 전투기들도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문제는 미국의 이같은 조치에 따라 이란이 미국과의 회담에 선을 그었다는 겁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협상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 영토를 공격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란은 핵 개발 중단과 경제제재 해제를 골자로 한 핵협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양측이 협상은 민간용으로 사용되는 저농축 우라늄 개발 허용 문제로 지지부진해지고 있었는데요. 이 사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겁니다.
미국과 이란은 15일 오만에서 6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사실상 속개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이란은 합의할 기회를 놓쳤지만,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