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인데…'물가 공포' 엄습

4년 사이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 '19.1%'
생활물가 밀어 올린 가공식품, '2배 이상↑'
국제유가·이상기후 우려 등 인플레 경계감↑
브렌트유 배럴당 76.54달러…4.4%↑
"물가 총력, 유통구조 개선책 찾는다"

입력 : 2025-06-18 오후 5:16:2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재명정부가 '체감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나 관세 불확실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까지 가중되면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필수소비재 가격 수준과 먹거리 등 생활물가 부담이 여전히 높은 데다 여름철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 우려까지 도사리고 있어 생계비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생 회복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물가 안정 가용 수단은 단비가 될 전망이나 체감물가 안정을 위한 전방위적 해법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유류세 인하 연장을 발표한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생활물가, 4년 새 약 '20% 상승'
 
18일 한국은행의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생활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19.1%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고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팬데믹 기간 공급망 차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상기후에 따른 대내외 공급 충격이 중첩되면서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수입 원자재 가격과 환율 누적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에 반영되면서 생활물가 상승률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입니다. 
 
생활물가 상승률에 대한 가공식품 기여도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0.15%포인트에서 올해 1~5월 0.34%포인트로 두 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우리나라 물가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물가(기준치 100)와 비교하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식료품·의류·주거비는 각각 156·161·123으로 OECD 기준치를 상회했습니다. 
 
특히 식료품 가격은 농축수산물뿐 아닌 가공식품 가격까지 주요국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과 OECD 데이터를 봐도 우리나라의 과일·채소·육류 가격 수준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입니다. 빵·유지류 등 가공식품 가격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승호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생산성과 개방도가 낮은 데다 유통 비용이 높은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러한 필수재의 높은 가격 수준은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생활물가 등 필수재 중심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계 소비심리 위축 등 소비지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더욱이 '가공식품·개인서비스의 비용 측면 물가 상승 압력 평가'를 보면 전체 소비자물가의 41.6%(가중치 기준)를 차지하는 가공식품·개인서비스 품목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가 지난달 1.4%포인트로 확대됐습니다. 즉,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74.9%가 가공식품·개인서비스 물가 상승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18일 한국은행의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작된 고인플레이션은 2021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생활물가의 누적 상승률이 19.1%를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동발·이상기후 등 물가 상방 압력↑
 
문제는 미 관세정책 불안과 중동 정세의 지정학적 리스크, 여름철 이상기후 우려 등이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미 관세 요인은 인플레이션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상호작용에 따른 물가의 상·하방 요인이 모두 공존할 만큼 불확실성이 짙습니다. 
 
중동 갈등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최대 리스크입니다.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 확대와 공공요금 인상 우려 등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연초부터 미국의 대러 원유 수출 제재 등으로 80달러대까지 상승한 바 있습니다. 4월 이후 트럼프발 관세 등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로 60달러대 중반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달 발생한 중동 사태가 70달러 중반까지 끌어올린 상황입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6.54달러로 전장보다 4.4%(3.22달러) 상승했습니다. 기습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 요인도 방심할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도 유류세 인하 폭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국내 기름값 조짐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요소 가격에 반영되는 관계로 국내 기름값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더욱이 체감이 큰 먹거리 물가는 원자재 가격, 환율, 인건비, 임차료 상승 등 원가 부담이 누적된 데다, 오는 30일 종료를 앞둔 식품 원료 할당관세의 연장도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연장, 할당관세 확대와 주요 민감 품목 지원 등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단기적 처방일 뿐, 효과도 크지 않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다"며 "물가 불안이 불가피한데 최소한의 데미지에 방점을 둔다는 전략이지 어느 정도 희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물가는 처분가능소득과 임금 등 전방위적으로 봐야 할 분야"라며 "소비 여력이 되면 물가가 올라도 대응 여력이 있겠지만 소득 불균형과 찔끔 임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추경이 민생에 단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정부 지원은 지원일 뿐, 생산자와 소비자·유통 단계 등 전체 틀에서 개선할 묘책은 필요하나 늘 새로운 비용이 전가되기에 해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재환 농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유통구조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유통구조 개선 과제를 구체화하고 별도의 유통구조 개선책을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수급 부분을 챙겨왔는데 TF를 통해 유통구조 자체에 경쟁 제한적인 요소·불합리 관행·제도 개선이 무엇인지 학계 전문가·유관 기관 등과 모여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농식품부는 가공식품·외식 물가 안정, 여름배추 수급안정, 계란 수급·가격 안정화 및 투명한 가격 결정체계 구축, 브라질 AI 발생에 따른 닭고기 수입 공백 최소화 등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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