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용주의 정책 기조를 토대로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오는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간 협력 확대가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는 반도체·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이 양국 협력의 유망 분야로 꼽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가 19일 발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한일 기업협력의 현주소와 발전전략’ 보고서를 보면 한일 무역 규모는 1965년 2억달러에서 2024년 772억달러로 352배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교역 구조도 과거 한국이 일본에 원자재와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고 고부가가치 품목을 수입하는 수직적 분업에서 현재 IT 및 중화학공업 제품을 쌍방으로 교역하는 수평적 협력 관계로 전환됐습니다.
보고서는 한일 교역 구조가 중간재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미래 첨단산업에서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무협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 기업의 47.4%(복수 응답), 일본 기업의 59.2%(복수 응답)가 ‘소부장 공급망 협력 지원’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으며 높은 수요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협력 분야로 미래 첨단산업 중 반도체, 모빌리티 등을 주목했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설게-제조-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간 연계를 강화하고 한일 협력 연구개발(R&D) 플랫폼을 구축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고, 모빌리티 분야와 관련해서는 통합 교통 데이터와 결제 시스템을 결합한 마스(MaaS) 기술에 대한 공동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양국이 미래산업의 동반자로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는 낮추고 기업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한편, 기술 및 인적 교류 등 다양한 협력 채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같은 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한일 경제 협력의 필요성과 함께 반도체·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했습니다.
한경협이 매출액 상위 1000대 비금융사 대상(101개사 응답)으로 실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경제협력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 10곳 중 6곳(62.4%)은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앞으로 한일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협력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3%에 그쳤습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일본과 협력했을 때 시너지가 기대되는 산업(1·2순위 선택)으로 반도체(91점), AI(57점), 자동차(39점), 바이오·헬스케어(32점) 등을 꼽았습니다. 경제 협력 방식으로는 ‘보호무역주의 등 글로벌 통상 이슈 공동 대응’(69점)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최근 국제 정세와 통상 질서 재편 속에서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첨단산업 등 유망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제 영토 확장을 적극 지원하고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와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일본과의 경제 연대를 강조해오고 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미국발 관세정책 등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해법으로 일본과의 경제 연대를 수차례 제안해온 바 있습니다. 지난달 방일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면담을 진행한 자리에서도 “한일 양국이 미국 상호관세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확대와 이를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가까운 관계에 있고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