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란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이번 공습은 트럼프 재임 중 최대 외교 도박이다. 리스크가 매우 크다."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타격 결정을 이와 같이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습니다. 국제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되는데요. 특히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전 세계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제2의 오일쇼크'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땐 세계 공황과 같은 극심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제유가 4% 급등 출발…치솟은 '환율'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4% 넘게 올라 배럴당 78.40달러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5% 넘는 배럴당 81.40달러까지 올랐고, 이어 다소 내려왔습니다. 브렌트유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입니다.
정부는 미국의 이란 본토 타격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직접 개입에 나선 가운데 사태의 향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국제유가 급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개시된 이후 각각 13%, 10%씩 올랐습니다.
특히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계획을 승인하면서 국제유가는 불확실성의 늪에 더욱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가운데 해협의 전면 봉쇄가 현실화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한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도 치명타라고 볼 수 있는데요.
또 중동 지역 불안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23일(한국시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18.70원 오른 1384.3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21일 기록한 1387.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통상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제유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어 국제유가와 원·달러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도 함께 진행되는데요. 이로 인해 민간의 소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수출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면서 결국 성장 저하의 흐름을 보이는 게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를 옥죌 경우 당장 큰 악재는 물가 상승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과 같이 석유 수입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데, 과거에도 국제유가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물가가 큰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류로 만드는 다양한 상품의 가격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는 큰 타격입니다.
이밖에 에너지 수급 문제를 비롯해 해운 운임 상승, 운송 지연 등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부정적인 영향 등이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23년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선박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과거 석유파동 재현 '우려'…"정치적 타협 고려해야"
다만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단행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란도 해협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있어 이란 경제에도 '자해 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해협이 전면 봉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2011년과 2012년, 2018년에도 유사한 봉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경고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른바 과거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시에 중동권의 석유 수출국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발언권을 인정해 주며 국제무대에서의 한 축으로 활동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경제 선진국들을 세력화하며 주요 5개국(G5)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이후 주요 7개국(G7)으로 확대되면서 발전했습니다.
결국 갈등의 중심에 있는 미국과 이란이 적당한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란이 기본적으로 미국에 저항하겠지만, 저항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높지 않다"며 "저항할 만큼 저항하다가 어느 정도 타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이란 양국의 구체적 타협 내용에 대해선 "결국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원자로 이용도 국제사회의 감시 하에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