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HD현대가 미국 조선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현지에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미 기업과 손잡고 설계·기술지원·블록 공급 등 실질적인 건조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현지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지 기업과의 협업으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제공)
HD현대는 미 조선사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미국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이번 협약에 따라 HD현대는 선박 설계와 기자재 구매 대행, 건조 기술 지원뿐 아니라 일부 선박 블록 제작까지 맡게 됩니다. 미 본토 내 선박 건조 사업에 사실상 참여하는 첫 사례로, 미 조선업 부흥 기조에 발맞춘 수주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그간 HD현대는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지금까지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체결한 기술 협약이 유일한 공식 행보였습니다. 당시에도 선박 건조보다는 생산성 향상과 첨단 기술 공유에 초점을 맞춘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ECO와의 계약은 실질적인 사업 연계로 이어질 수 있는 행보로, HD현대가 직접 미국에 진출하기보다는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을 간접 공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한 한화오션의 물리적 진출 전략과는 대조적입니다. 미 조선업은 2000년대 이후 쇠퇴하면서 인프라 기반이 부족한 가운데, 이런 여건 속에서 자본과 리스크를 부담해야하는 직접 진출보다는 현지 업체와의 협력이 오히려 더 실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HD현대의 선택이 미 조선업 부흥 움직임과 정책 리스크를 고려한 ‘현지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최근 미 의회에서는 ‘존스법(Jones Act)’ 폐지와 관련한 논쟁이 수면 위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 법의 골자는 미국 연안 항로를 오가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것인데, 만약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현지 생산시설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중심 공급망을 복원하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정책 기조라, 직접 진출보다는 오히려 현지 기업과의 협업이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 현지 기업과의 협력은 물론, ‘존스법’ 폐지 논의 등 미 정부가 동맹국과의 방산·상선 협력을 확대하려는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