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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27일 17: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바짝 조이자 은행권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부 대출규제와 맞물린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은 주 수입원인 여신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행연합회)
금융위, 가계대출 조이기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지난 3월 7000억원 증가한 데 비해 급격히 늘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일시 해제되고 주택거래량이 불어난 영향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전국 주택매매량은 6만5000건인데, 이 중 수도권 매매거래량이 3만4000건에 이르렀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확대되자, 금융위원회는 27일 긴급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 세부 시행방안으로 크게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 ▲은행권 자율관리조치 전 금융권 확대 시행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여신한도 제한 ▲LTV등 규제 강화를 꼽았다.
전 금융권에 적용되는 시행방안이나,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실행되는 만큼 은행권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5월 가계대출 증가액 6억원 중 5조2000억원이 은행에서 실행됐다. 유형별로 보면 주담대가 5조6000억원, 기타 대출은 400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올 하반기부터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한다. 정책대출은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 줄인다. 특히 주택구입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 고가주택 구입에 과도한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제한키로 하면서다.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가 없었던 만큼 체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도는 6억원이지만 실제 대출 금액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따라 다르다. 6개월 내 전입 의무도 부과해 대출을 실거주 목적에서만 운용하도록 했다.
처분 조건부 1주택자와 무주택자의 LTV도 이제까지는 은행 자율에 맡겼으나, 28일부터는 비규제지역 70%, 규제지역 50%를 적용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최대 1억원으로 규제하고, 신용대출도 차주 연소득 안에서 가능하다. 이처럼 이번 가계 부채 정책이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돼 있는 만큼 관련 업권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IB토마토>에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게 핵심”이라면서 “한강 벨트 주거지 내 아파트 거래량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나 서울 외곽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발현되는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 이자이익 감소에 '비상'
가계대출이 전체 대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시중은행의 경우 수익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분기 기준 4대 은행 여신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은행 48.8% ▲신한은행 43.4% ▲우리은행 43.6% ▲하나은행 44.9%다. 크게는 원화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적게는 원화대출의 22%, 많게는 35% 이상인 상황이다.
이처럼 총여신 중 주택담보대출만 최소 20%를 넘기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축소에 대한 압박은 은행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자이익이 주 수익원인 상황에서 타격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나, 이미 계약을 체결한 고객 등을 감안하면 가시적인 효과는 3분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도 겹쳐 대출 금리를 올려 수익성을 확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5%로 지난해 8월 3.5%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에도 금리 인하를 단행해 2.75%에서 2.5%로 0.25%p 낮아졌다. 보통 코픽스가 하락하면 대출 금리도 인하된다.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63%로 전월 대비 0.07p 떨어졌다.
특히 은행권의 대출은 증가했으나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더욱 위협적이다. 지난 1분기 4대 은행의 NIM은 국민은행 1.76%, 신한은행 1.55%, 우리은행 1.44% 하나은행 1.48%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기준 금리가 떨어지고 가계대출 총량까지 축소되면서 은행들은 실적 유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트폴리오 재편 필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이나, 대기업 대출은 한계가 분명한 데다 중소기업대출은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진퇴양난이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차주는 줄어들고 있어 성장성을 보장할 수 없다”라면서 “현실적으로 은행들이 여신 포트폴리오 비중을 재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