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터 비관세까지…이재명정부 '최대 시험대'

협상시한 임박…'실용외교'에 달린 한국 경제

입력 : 2025-07-01 오후 6:19:05
[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상호관세 유예 만료'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대표 수출품목인 자동차에서부터 비관세 장벽까지 전방위 압박이 불가피한데요. 이번 한·미 협상은 한국이 0%대 저성장을 돌파할 수 있을지를 가리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관세 유예, 관세율 인하, 국방비 분담 요구까지 맞물린 대미 협상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향방이 결정될 걸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성실해도 고관세"…협상 실패 땐 '9조' 증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7월8일·현지시간)을 일주일여 앞두고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추가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유예는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있고, 난 어떤 국가에도 유예가 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성실하게 협상하는 국가 역시 그들의 저항 때문에 협상이 실패한다면, 4월2일에 발표했던 상호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 한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입장을 바꿔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연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이번 주중 무역 담당 참모들과 만나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율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7월4일 상원 통과를 목표로 하는 감세 법안('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처리 여부가 결정된 직후, 마라톤 회의에 돌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부터 각국에 최소 10%(기본상호관세)에서 최대 50%의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관세에 관해선 "25%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현재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기본상호관세 10%에 더해, 자동차·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받고 있습니다. 관세협상이 실패하면 한국은 15%의 국가별 상호관세에, 트럼프 대통이 예고한 25%의 반도체·의약품 관세도 내야 할 처지입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기존보다 0.3~0.4% 떨어질 전망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1%를 적용하면, 올해 실질 GDP는 약 2315조원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9조2600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KIEP는 관세 협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땐, 우리나라의 실질 GDP가 관세로 인한 피해를 봤을 때보다 약 0.427~0.75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KIEP 측은 "이 효과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실제 GDP가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1조8699억달러(약 2532조원), 수출액은 6836억달러(925조원)였습니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은 36.6%로 주요 20개국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과 관련해 국내외 곳곳에서 0%대 성장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타격까지 입게 되면 0%대 성장률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1954년 이후 단 6차례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올해 경제 상황은 '역대급 위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사실상 무산된 '줄라이 패키지'…한·미 정상회담 '관건'
 
우리 정부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협상 시한 연장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미국 태도가 돌변한 데다 '비관세 장벽'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한국 시장에 미국 상품이 진출하는 데 어떠한 제한도 없어야 한다는 게 미국 측 논리입니다. 
 
미국은 지난 3차 한·미 기술협의에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완화, 구글 정밀 지도 반출 허용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한국 측에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고기 수입 등 국내 농축산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을 속도감 있게 협상하는 건 우리 정부에 상당한 부담입니다. 
 
대표적인 제약업계 로비단체인 미국제약협회(PhRMA)도 가세했습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수출 의약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해 피해를 주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며 무역 협상을 지렛대 삼아 한국의 약값 정책을 개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협상에서 더 많은 미국산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제약사에 지급하는 보험 급여도 올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또 미국 측이 거듭 참여를 요청하는 알래스카 천연액화가스(LNG)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 위험성이 커 대통령 수준의 결단 영역입니다. 'GDP의 5% 국방비' 요구도 화약고입니다. 
 
결국 한·미 정상회담 성사가 관건입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해진 일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7월 말이나 8월 초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오는 8~9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방한을 계기로 일정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최대한 관세 유예를 끌어내면서 협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정재환 인하대 교수는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아젠다는 관세였지만,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면서 관세 이슈가 어느 정도 후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라며 "출범 초기보다 관세 유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게 관세는 목적이 아닌 수단인 만큼, 변동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먼저 협상을 했다가 오히려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세미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나토가 GDP의 5%를 직접 국방비(3.5%)와 인프라·사이버 방어·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 간접안보 비용(1.5%)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라고 봤습니다. "전통적 군비 지출을 대폭 늘리지 않고도 동맹국으로서의 기대에 부응할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평가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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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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