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 공학과 김태영 교수 연구팀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브라질 상 카를로스 연방 대학과 공동으로 수행한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버려진 마스크가 토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규명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폐기된 마스크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첨가제가 토양에 서식하는 현미경 수준의 ‘예쁜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생식과 대사 체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부분 폴리프로필렌을 원료로 하는 부직포로 제작되는 마스크가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여 수질과 토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폐기된 마스크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제조 과정에서 첨가된 특정 화학물질과 결합하여 생물학적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독성이 예쁜 꼬마선충의 번식 기능을 떨어뜨려 생태계 전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선형동물은 토양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생물로 흙 속에서 세균을 섭취해 유기물 분해를 촉진함으로써 질소, 인 등 영양분이 더 빨리 토양으로 순환되도록 하고 토양 내 미생물 군집의 종 다양성과 균형 유지를 돕습니다.

 

연구팀은 세 종류의 일회용 마스크(KF94, 의료용, 방진용)와 대조용 폴리프로필렌 원료를 각각 표준 토양에 혼합하여 예쁜 꼬마선충의 생식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습니다. 이후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 분석법(LC-MS)을 통해 선충의 대사 변화와 마스크에서 검출된 화학 첨가제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0.3% 농도에서 KF94 및 방진용 마스크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선충의 번식력이 각각 33%와 46%까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대사체 분석을 통해 선충의 대사 경로에 변화가 생긴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KF94 마스크와 방진용 마스크의 미세플라스틱은 모두 생물의 세포 안에서 성장과 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폴리아민 생합성 경로를 교란시켰습니다.

 

고해상도 질량분석 결과, 마스크에서 화학 첨가제인 프탈레이트(phthalates)가 검출되었습니다. 폴리프로필렌의 가소제로 사용되는 프탈레이트는 생식 독성(reproductive toxicity)을 가지고 있는 내분비 교란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첨가제가 대사 교란과 생식력 저하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토양 지표생물인 예쁜 꼬마선충에서 관찰한 실험 결과이므로, 토양 내 다른 미생물, 곤충, 식물 등으로 영향이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마스크 제조사별 첨가제 구성과 농도 차이, 노출 농도 및 시간에 따른 영향 차이, 그리고 장기 생태계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독성학 분야에서 상위 9%에 랭크된 학술지 <생태독성학 및 환경 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 7월 15일자에 “다양한 일회용 마스크에서 유래한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예쁜 꼬마선충에 미치는 독성학적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