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조 MRO 시장 겨냥…군용기 정비 확대하는 K-방산

미 국방부, 군용기 MRO 확대 분위기
K-방산, 지속 투자로 MRO 시장 겨냥
“정부 차원서 MRO 지원 강화도 필요”

입력 : 2025-07-04 오후 3:26:31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국내 방산업계가 군용기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무기체계 운용 기간 통상 20~40년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해 탄탄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대 방산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은, 군용기 MRO에 대해 동맹국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미 군용기 MRO 시장 추가 진출도 기대됩니다.
 
지난 5월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2025 오산 에어파워데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미군 F-16 전투기 등 다양한 군용 항공기가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미 국방부는 군용기 MRO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6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미 국방부는 ‘지역거점운영유지체계(RSF)’에 따라 항공 분야 MRO 협력을 추진하는 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습니다. RSF는 미국이 작전 지역 인근의 동맹국에서 군용기 MRO를 진행하는 정책입니다. 본토까지 군용기를 이송해 수리하는 비용과 시간을 덜어낼 수 있어 전력 공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앞서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올해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의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해 MRO 역량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한국 외에도 일본, 호주, 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설들을 둘러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 군용기 MRO 실적이 존재해 추가 MRO 수주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KAI는 미 해병 대형수송헬기(CH-53) MRO 사업에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 미 공군의 F-16 전투기의 창정비도 진행 중입니다. 대한항공도 미 국방부로부터 2020년부터 2030년 9월까지 주한 미군 및 주일 미군에 배치된 미 공군 F-16 전투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MRO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 리스 전문 자회사 한화에비에이션은 지난달 미 현지 항공기 엔진 MRO 전문 시설을 인수했습니다. 구체적인 시설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항공 분야에서 대표적 인증기관인 미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 영국 민간항공청(UK CAA)의 인증을 모두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도에 2027년까지 엔진 정비공장을 짓고, 민항기를 아우르는 글로벌 MRO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KAI의 MRO 전담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는 경남 사천에 2481억원을 들여 MRO 사업단지 확장에 나섰습니다.
 
글로벌 MRO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군용기 시장 규모는 올해 424억9000만달러(약 57조9563억원)에서 2030년 488억1000만달러(약 66조5768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미 군용기 MRO 사업 수주는, 단순 사업 수주를 넘어서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에서 K-방산의 기술력을 입증받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최근 MRO 수출사업은 미 해군 함정 MRO를 시작으로 육·해·공으로 확장돼 나가는 추세”라면서 “정부가 MRO를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고, 미 함정 MRO처럼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우방국들과 연계해 주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미 국방부와 한국 방산기업들 모두 적극적으로 MRO를 희망하고 있어 분위기는 좋은 상황”이라며 “군용 항공기는 여타 무기 플랫폼과 달리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 정부가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동맹국으로서 공고한 지위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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