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금융위원회 조직 개편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당국은 물론 업계도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금융권 주요 현안 대응에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5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 기관화하는 구조를 추진 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정책·감독 기능 분리'를 지속 강조해 온 데 따른 조치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기류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이 대통령이 금융위가 발표한 6·27 가계부채 대책을 호평하고,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키자 금융위 존치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두고 여러 이견이 나오자 정부도 최종안을 결정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공식적으로도 부처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금융위 개편과 관련해 "일반적인 정부 조직개편과 달리 금융위 설치법이라는 별도의 법제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위원장이기 때문에 입법 여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느냐.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론 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단 금융위 해체론이라는 화두를 대선 기간 던지긴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적잖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내부에서도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무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아직 저희도 국정기획위원회의 안을 못 받아봤다"면서도 "금융위 개편안은 윤 위원장이 위원장으로 계시니 입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바로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야당에서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통상적으로는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를 존중해주는 게 맞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문제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한번 논의를 해 보자는 기류"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금융위의 국내 금융 기능을 기재부에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이견이 제기돼 검토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아울러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여당 의원 8명과 함께 기재부가 맡고 있는 '국제금융정책'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해당 안에는 금융위 분할 또는 해체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오히려 금융위의 권한을 확장시키는 방향이 담겼습니다.
다만 금융위 조직 개편은 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사안이었던 만큼,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여야가 절충안을 도출하거나 큰 틀에서 뒤따르는 모양새를 이루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위 해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 일관성, 규제 예측력, 금융산업지원 기능 유지를 위해선 조직 개편보다는 기능 재조정·내부 보완을 선호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가계부채 후속 대책, 제4인터넷전문은행 심사·인가, 스테이블코인, 불공정거래 근절 등 주요 금융 현안 대응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는 공식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대신 이 대통령으로부터 소상공인 금융 지원이라는 주문을 받은 이후 현장 소통 및 관련 정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주목받는 모양새입니다. 정책 성과를 통해 가시적 존재감을 강조하면서 분위기를 살피겠단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권 부위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가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감위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데 대해 "제가 말씀드리기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바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