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올해 2분기 인텔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적자 폭이 확대되며, 순손실이 4조원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의 지출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TSMC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가운데, 인텔과 판박이 사업구조를 가진 삼성전자에게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인텔사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24일(현지시각) 인텔은 2분기 실적에서 매출 129억달러(약 17조7000억원), 순손실 29억달러(3조98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7% 늘었지만, 순손실 규모는 두 배 가량 늘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 적자가 인텔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텔 파운드리 부문 영업 손실은 31억7000만달러로(4조3500억원), 전년 동기 적자(28억달러, 3조84000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확대됐습니다.
이에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출을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일과 폴란드에서 계획했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취소하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의 테스트 및 조립 공정을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오하이오에서 진행 중인 첨단 공장 건설도 시장 수요와 주요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반도체 제조 공정인 1.4나노(14A)는 확정된 고객 주문을 기반으로 확대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으로 적자를 내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지난 2분기 실적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됐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규모는 1분기 2조6000억원, 2분기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설비 투자도 지난해의 반토막인 5억 수준으로 관측됩니다. 1.4나노 공정 양산은 2027년에서 2029년으로 연기한 상황입니다.
반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 2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 목표를 역대 최대 수준인 380억~420억 달러(약 52조9000억~58조5000억원)로 설정하고 추진 중입니다. 공사 기한을 2년으로 한 1.4나노 공장 4곳을 올해 말 착공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하느라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더 유망한 시장을 놓쳤고, 이로 인해 파운드리 부문 적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먼저 개발하고도 하이닉스에 사업화를 선점당해 부진을 겪고, 결국 파운드리 사업을 지원하지 못하는 형국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인텔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파운드리 지원을 축소하는 수순에 들어선 만큼 삼성도 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