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현대차, 영업익 급감에 '부품 현지화' 카드…국내 부품업계 '비상'

2분기 이어 3분기 영업익 1조원 하락 전망
부품 현지 조달 확대로 적극 대응 방침
중소 부품사 수익성·생존 위협 현실화

입력 : 2025-07-31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8일 18: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차(005380)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고율 관세 직격탄을 맞아 2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대응책으로 부품 현지 조달 확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부품업계가 공급 물량 축소, 수익성 악화 등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현대차 공장 내부. (사진=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 15.8% 감소…증권가 “3분기 감소폭 더 클 것”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연결기준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48조286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8% 감소한 3조601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차량 판매대수는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25%에 달하는 미국 자동차 관세가 이익을 크게 깎아먹은 것이다. 현대차가 추산한 2분기 관세로 인한 이익 감소분만 8282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관세 적용 직전인 4월 초까지 미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차량을 출고해 재고를 비축하면서 영향 최소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고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3분기에는 이러한 ‘선출고 전략’을 쓰기 어려워 고율 관세 영향이 전면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폭이 분기 기준 1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대응책으로 단기·중장기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HMGMA)에도 기존 공장에서 쌓아온 효율화 노하우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원가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부품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부품 소싱 다변화 태스크포스(TFT)를 가동해 200여개 부품의 최적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출과 현지 조달의 효율성을 비교하며, 품질·안전 점검 등으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000270)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 수준이다. 이는 일본 혼다(62.3%)와 도요타(53.7%)보다 낮은 수치다. 현대차보다 조달률이 낮은 포드(40.1%)와 GM(31.1%)의 경우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을 활용해 멕시코와 캐나다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관세 부담을 피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반에서 ‘미국 관세발 부품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국내 부품사 매출 대부분 현대차그룹서 발생
 
현대차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춰 부품 현지 조달 확대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현지 조달 비중을 늘릴 경우 거래 물량 축소, 단가 인하 요구, 투자 여력 악화 등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부품사들의 지난해 완성차 납품액(71조6584억원) 가운데 90%가량이 현대차와 기아에 집중돼 있어 공급처가 분산되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완성차기업들도 부품사에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면 공급 물량을 더 주겠다’며 현지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며 “이런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현대차도 부품 조달 전략을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은 투자비 부담, 인건비 상승 등으로 국내 중소·중견 부품사들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대차가 부품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건 불가피하지만, 국내 부품업체들은 이익률이 떨어지고, 투자 여력도 약해져 연구개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가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하기보다는 일부를 국내에서 계속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관세 인상 부담을 협력사에 일부 전가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가격 인상을 통한 이익률 유지보다는 미국 시장 점유율 방어에 더 무게를 두려는 모습이다. 수익을 유지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면적으로 전가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와 부품 관세 문제는 기업이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미국과 15% 수준의 자동차 관세를 합의했고, 일본의 경우 기존 15%에서 12.5%로 낮췄지만, 한국은 협상이 아직까지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차원의 협상력 강화와 함께 국내 부품업체들이 현지 진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책적·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동차 부품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싶어도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이대로 가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국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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