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직접 효과 제한적…자재 가격 경쟁은 부담

불확실성 해소에 무게…"당분간 지켜보자"

입력 : 2025-07-31 오후 4:58:42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미국과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산업계 전반에서 업종별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특히 업계는 불확실성 해소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인데요. 
 
다만 중장기적 측면에서 관세 문제가 우회적으로 건설업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분석입니다. 업계는 당분간 협상 결과에 따른 구체적 투자 계획과 발주 현황을 지켜본 뒤, 실제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선 국내 건설 시장은 내수 위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업체가 적습니다. 해외 건설 프로젝트는 중동 지역에 몰려있고, 북미가 해외 수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발주한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준공 시점이 임박한 삼성물산의 경우 향후 추가적인 변화 가능성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미국 프로젝트는 건설 전체 사업에서 비중이 작아서 관세정책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건설 부문은 주요 진출 시장이 중동과 아시아이며, 미국 테일러 후속 공사는 미국산으로 대체 가능해 관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물품을 수출하는 제조업과 달리 인건비, 자재비, 물류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산업"이라면서 "건설 현장이 미국에 있다고 해서 이번 관세 협상이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향후 반도체, 조선, 이차전지, 바이오 등 대미 투자 확대에 따라 일부 건설사에 일감이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등 대형 그룹 계열사는 자사 발주 공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수혜도 기대된다는 건데요.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 같은 경우 삼성물산 등이 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클린룸 건설 등 하이테크 프로젝트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을 통해 미국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물량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국내 건설업 전반에 돌아오는 수혜는 제한적이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국 내 공사 물량이 늘어나도 실제 시공 주체는 현지 업체가 되거나 대형 그룹사 내부 물량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 건설사 가운데 미국 내 직접 발주를 수주할 수 있는 역량과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은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관세 협상을 통해 불확실성이 일단락됐지만, 실제 수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미국 시장에 실질적으로 진출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이나 기업 간 협업 모델 개발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수입 자재 비중 낮아 관세 영향 제한적
 
일각에서는 자재 가격 경쟁에 따른 부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론적으로 국내에서 미국산 고급 자재를 활용할 경우 관세 여파를 받고, 이는 공사비 증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건축자재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관세 부담이 더해진 해외 건축자재를 활용할수록 공사비 부담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요. 
 
다만 실질적으로는 관세 협상의 여파가 국내 자재 시장이나 원가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건설 원자재 상당수가 국내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미국산의 활용 빈도가 낮아, 우려만큼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한국 간의 관세이기 때문에 건설자재 등의 수출과 수입도 크리티컬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철강, 시멘트 같은 주요 자재는 주로 국내산이고 직수입하거나 직수출하는 자재 규모도 유의미하게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 수입 의존도가 낮고 그마저도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건설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과의 관계에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섹터"라고 설명했습니다.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과 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 발효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명확해지고, 다른 나라들이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효 이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내 투자가 미국으로 옮겨지면서 국내 투자 물량 조정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 전반에는 당장의 영향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실제 수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당장의 사업 기회보다는 중장기적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우선시되고 있는데요. 업계는 향후 구체적인 미국 내 투자 로드맵과 발주 흐름을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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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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