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개방 놓고 '진실 공방'…야 "협상안 공개하라"

대통령실 "농산물 시장 확대 없다"
트럼프 "미국산 농산물 수입에 합의"
상반된 발표에…국힘, "못 믿겠다"

입력 : 2025-07-31 오후 6:11:17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협상 소식을 전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언급했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한미 간 상반되는 발표에 대해 "정부에서 명확히 밝혀달라"며 협상안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전면 개방 합의"…대통령실 "정치 지도자 표현"
 
대통령실과 정부가 31일 발표한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8월1일부터 한국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습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와 1000억달러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등이 수반된 결과입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 국내 농산물 시장은 지켜냈다는 게 대통령실과 정부 입장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측에서는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쌀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협상단은 이미 99.7%의 시장을 개방한 점, 미국 소고기 수입 1위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 등을 들며 추가 개방을 막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민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전면 개방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미국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의 수입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발표와 정반대의 내용이 담긴 것입니다. 
 
이에 브리핑에서는 농산물과 관련된 질문이 재차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대해 김 실장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협상을 책임진 각료들의 대화에서 농축산물에 대한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 워싱턴 D.C. 주미대사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그간 많은 국민께서 우려했던 것처럼 미국은 농축수산물 시장 확대와 비관세 장벽 축소를 강하게 요청했다"면서 "우리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 결과, 미국 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 시장 개방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농민들 '안도'…국힘 "다른 농산물 수입하나"
 
농민·시민단체에서는 시장 추가 개방을 막은 것에 대해 일단 안도하며 지켜보자는 분위기입니다.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무역 협상 결과와 관련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고, 무슨 요구를 어떻게 할지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재하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진 협상은 아니었다"며 "우리 국익과 안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쌀과 소고기 외에 다른 곡물이나 과일류의 수입이 대폭 확대되는 건지,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한 정치적 수사인지 정부에서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열린 미국산 사과 수입 반대 국민대회에서 사과 재배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성격을 감안할 때 향후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도는 실정입니다. 당초 우리 정부는 민감도가 높은 쌀과 소고기가 아닌 콩, 밀, 옥수수 수입 확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과일 수입 확대 가능성도 나온 바 있습니다. 
 
사과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이날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미국산 사과 수입 반대 국민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정부는 농업 분야 협상 내용을 조속히 국민께 밝혀주길 촉구한다"고 썼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에 일부 언론에서는 '농산물 시장 완전 개방'이라는 속보가 나왔고, 농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한다"며 "농민과 국민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왜 이러한 해석 차이가 있는 건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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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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