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 야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디지털 통화 패권경쟁 개막

"디지털 시대 새로운 통화…질서 바꾼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닦는 미국·일본·유럽
"원화로 통화 주권 방어"…국회 '입법 경쟁'

입력 : 2025-07-30 오후 5:34:09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디지털화폐의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을 말합니다. 빠른 속도와 낮은 비용이 두드러져 향후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은 관련 법을 제정하며 '스테이블코인의 화폐화'에 착수했습니다.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구축에 위기감을 느낀 우리나라도 신속한 제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신호탄…법안 국내 첫 발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 설명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28일 대표발의한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안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통화"라고 규정하며 "거래 비용과 처리 시간, 편의성에 있어서 스테이블코인은 압도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 혁신을 일으키는 새로운 플랫폼은 통화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 흐름을 잘 읽고 우리 경제에 어떻게 활성화해 이점을 극대화시킬 것인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도걸 의원(왼쪽에서 네번째)과 학계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입법 설명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안 의원 법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여러 요건 중 자기자본 부분은 50억원 이상으로 설정했으며, 스테이블코인 보유와 관련한 이자 지급은 전면 금지했습니다. 은행이 아닌 비금융사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날 법안 내용 발표를 맡은 신승훈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기자본 요건을 50억원 이상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스테이블코인은 전자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이나 전자화폐와 기능적으로 굉장히 유사하다"며 "선불전자지급 수단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자본금 요건을 20억원으로, 전자화폐는 50억원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이전 등에서 한도 규제가 없고 기존 금융상품보다 위험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적어도 50억원은 돼야 한다고 봤다"고 밝혔습니다. 
 
신 교수는 "시중에서는 발행 업자 자격을 은행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자본금 규정을 둬 요건을 갖추면 어떤 사업자든 뛰어들 수 있도록 해 시장 진출 기회를 폭넓게 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자 지급 금지는 금융시장 교란과 통화 신용 정책의 유효성 저해 방지를 위함입니다. 이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투자상품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야 '입법 경쟁'…달러 장악 우려감 '팽배'
 
앞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1일 디지털자산에 대한 종합적인 제도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는데요. 이 법안에도 스테이블코인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에 초점을 맞춘 법안은 안 의원의 법안과 같은 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관한 법률안'이 처음입니다. 
 
김 의원의 법안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금융위의 인가를 받도록 했고, 자기자본 기준을 50억원 이상으로 설정했습니다. 다만 이자 지급에 대한 사항은 제외했습니다. 
 
이 밖에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과 같은 상임위인 김현정 의원 등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입법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GENIUS Act) 법'에 서명하면서,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채 수요를 늘려 금리를 낮추고 앞으로 수세대 동안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이 늘어나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경우 디지털화폐 패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이에 한국도 신속하게 움직여 스테이블코인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입에 대한 '통화 주권 방어막' 기능을 수행한다"며 "우리도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확보하게 되면 통화 주권 측면에서 안전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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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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