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서 핵심 역할을 한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국내 조선업계가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조선 3사는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전용 펀드 활용을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선 금융 조달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4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마스가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다음 주부터 조선 전용 펀드 구체화를 위한 본격적인 실무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부에 따르면 펀드 자금은 미국 내 조선산업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설비 투자와 인력을 양성하는 데 쓰일 계획입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조선소는 몇십 년간 투자를 안 해서 설비들이 쓸 수 없을 정도”라며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해상 안보력 강화 차원에서 조선소를 새로 짓는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화로 210조원에 육박하는 조선 전용 펀드는 대미 투자 규모 전체인 3500억달러의 43%를 차지합니다. 단일 업종으로는 최대 규모로 조선 3사 시가총액인 약 94조원의 2배가 넘습니다. 양 수석연구원은 “5년 안에 상환을 해주기로 했는데 안 될 경우 일부 비용의 상환 기간을 연장해야 하고 연장하면 또 새로운 투자로 잡히게 되는데 이런 비용까지 다 포함해서 1500억달러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펀드는 국내 조선사들의 대미 투자를 공적 금융으로 뒷받침하는 구조인 만큼 1500억달러가 전부 직접투자 방식으로 집행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국내 기업 등이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수출신용기관이 대출과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주로 투자가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군함을 건조할 경우 미국이 수주하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기업에 금융 지원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프로젝트마다 자금을 투자하는 ‘캐피탈 콜’ 형식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이 지원하는 펀드는 과거 레고랜드 사태 때 운영됐던 채권시장 안전펀드처럼 자본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집행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조선은 도크 건설부터 시작해 우리나라보다 미국 시장에서 인·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긴 점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1500억달러의 전체 집행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