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에 백도어” 보안 문제 제기한 중국…삼성·SK 촉각

미중 보이지 않는 AI 경쟁…사이 낀 엔비디아
업계 주시…“H20 논란, 타격 안될 것” 전망도

입력 : 2025-08-01 오후 2:30:07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엔비디아 제품 H20 규제가 해제된 가운데, 이번엔 중국 측에서 백도어(Backdoors, 보안 및 인증 기능을 우회해 접근하는 것) 가능성 등 제품의 신뢰도를 걸고 넘어졌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에 문제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H20 판매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됩니다. H20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수혜가 예상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엔드루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엔비디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사이버 보안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우리 칩에는 외부에서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TSMC에 중국 수출용 H20 30만개를 주문하는 등 중국 판매를 준비하는 가운데 논란이 제기되자 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엔비디아를 ‘웨탄’(約談, 미리 약속해 대화하는 것)하는 자리에서, H20 칩의 안전 리스크 문제를 설명하고 증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웨탄’은 중국 정부가 기업이나 기관, 개인을 불러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하게 하거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구두 경고의 일종입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앞서 미국 의원은 미국이 수출하는 첨단 칩에 반드시 ‘위치 추적’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미국 AI 분야 전문가는 엔비디아 칩의 위치 추적 및 원격차단 기술이 이미 성숙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미국 의회에서 제기된 ‘칩 보안법’을 뜻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수출 통제 대상 AI 칩에 위치추적 매커니즘을 의무 장착하도록 하고, 무허가 사용이 적발됐을 때 미국 정부가 칩을 차단할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입니다. 결과적으로 ‘칩 보안법’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H20 칩으로 번진 셈인데,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하려는 미국과 기술적으로 미국 의존을 벗어나려는 중국이 엔비디아를 사이에 두고 충돌한 모양새입니다. 
 
H20에 들어가는 HBM을 납품해 오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관련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8000억원이나 감소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 공급 재개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 실적 하락에 미국의 대중 규제가 영향을 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HBM 납품을 검토했던 SK하이닉스 역시 전개 과정에 주목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공급 재개가 최근 결정돼 구체적인 수요를 확인 중”이라며 “조건이 맞으면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H20 납품이 불발되더라도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H20 자체가 그렇게 최신 모델이 아니다 보니 H20에 들어가는 HBM도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은 아니다”라며 “판매처가 많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다른 고객사에도 납품하는 업체들에게는 크게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논란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옵니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과 교수는 “H20 백도어가 가능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보통 백도어는 AI 가속기가 아닌 통신 칩에 들어가고, 찾으려 해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살펴야 하는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결정적으로 지금 중국은 H20도 못 사서 안달인데, ‘H20을 안 쓰겠다’고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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