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한때 ‘외국산 무덤’이라 평가받던 일본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TV 부문에서는 과거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위상이 무색하게 중국 기업들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스타일러 등 프리미엄 가전은 LG전자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물론 자국 내에서까지 존재감이 옅어지면서 ‘일본 가전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LG전자 제품 스타일러가 일본 소비자 특성에 맞춘 전략으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일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그린’을 통해 의류 관리 기기 신제품 ‘LG 스타일러 S3WW’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이 활발한 일본 특징을 활용한 전략과 공간 효율성, 실용성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 특색을 고려한 제품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끈 것입니다.
LG전자는 일본 TV 시장에서도 조금씩 입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조사 기관 BCN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점유율은 개별 수치가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는데,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일본 70형 이상 초대형 OLED TV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 38.0%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LG전자가 일본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면, 중국은 TV 시장을 절반 가까이 접수했습니다. BCN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TV 순위는 △레그자 25.4% △샤프 20.6% △하이센스 15.7% △TCL 9.7% △소니 9.6% △파나소닉 8.8% 순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 하이센스가 도시바 TV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도시바의 서브 브랜드였던 레그자도 사실상 중국 브랜드가 됐습니다. 하이센스 계열 브랜드가 일본 TV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TCL까지 포함하면 중국 업체가 절반에 달하는 셈입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일본 가전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일본 기업 TV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고, 현지에서도 ‘가전업계에 외산 기업이 침투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소니가 사실상 영화사로 다른 사업에 주력하는 것처럼 전통적 기업들이 사업 변화를 시도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내주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이 주도권을 쥐게 됐을 때 우리나라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지킬지,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