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5배, 비용은 반값…미국이 ‘마스가’ 꽂힌 이유

선박 건조 ‘속도 차’…유지·보수도 힘든 미국
한국, 디지털 전환으로 생산성 혁신 가속화

입력 : 2025-08-05 오후 1:28:2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이 배는 몇 년 몇 월 며칠에 인도될 예정입니다라는 한마디에 미국 측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HD현대중공업 관계자)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필리십야드 4도크에서 다목적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존 펠란 장관 등 미국 해군성 관계자들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1970년대 용접기를 쓰는 조선소가 있을 정도로 쇄락 직전인 미국 조선업은 인도 지연이 다반사라 납기일 제시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인 탓입니다. 조선업 부흥을 강조하는 미국에 적극적 협력·투자·지원 계획을 담은 일명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일등 공신으로 불리면서,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꽂힌 이유가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선박 계약 단계부터 납기 일정을 정확히 제시하고, 실시간 건조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일상인 한국 조선업은, ‘생산성’에서도 압도적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전함 건조 기간을 보면, 중형 전함인 호위함의 경우 한국은 3년, 중국은 5년, 미국은 7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위함보다 대형이고 강력한 무장을 갖춘 구축함의 경우 같은 기간 미국은 두 척 건조에 7~8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급함이 3년, 정조대왕급 2번함인 다산정약용함이 2년 걸렸습니다. 이지스함 생산비는 한국이 6억달러(8331억원), 미국이 16억달러(2조2216억원)에 달했습니다.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4배나 되는 생산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일반 상선에서도 K-조선은 이른바 ‘넘사벽’입니다. 한국 조선소가 지난 10년간 상선 2405척을 생산할 때 미국은 37척에 그친 것이 대표적입니다. HD현대 관계자는 “납기일 단축은 곧 생산성 향상을 의미한다”며 “공정 관리를 체계적으로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예상 기한 내에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공정 자체가 체계적이지 않아 5년, 7년이 걸려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속도는 유지·보수·정비(MRO)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6개월 걸린다면 미국에서는 거의 3년 걸릴 것”이라며 “생산성이 5배는 높다고 볼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정기선(왼쪽 두번째)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펠란(왼쪽 네번째)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HD현대)
 
디지털 전환과 기술 고도화도 K-조선이 생산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 하나입니다.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연결화·자동화·지능화를 지향하는 AI·로봇 기반 스마트 조선소 ‘스마트야드’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재래산업으로 취급받던 조선업이 생산 자동화, 공정 최적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을 통해 조선소 전반이 스마트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자율운항 선박도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HD현대 관계자는 “선원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자율운항 선박이 도입되면 최적의 항로로 주행할 수 있어 인건비, 연료비, 시간까지 절약된다”고 했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 1위 수요처이기 때문에 어떤 배로 들여오든 큰 의미가 없어 상선을 방치하고 일부 군함만 살려둔 건데 군함과 상선 생태계는 사실상 하나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군함과 상선이 같이 망하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이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기술력으로 한국을 매섭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기회입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K조선 러브콜은 트럼프 정부 이전 바이든 정부 때부터 있었다”며 “조선 분야 협력은 트럼프 정부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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